2008.03.18 14:52

페인트 칠하는 남자

조회 수 34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페인트 칠하는 남자


                                                            이 월란



축구공만한 페인트통에 바다를 퍼 왔다
삶의 햇살에 찌들어 갈라진 황토빛 지붕 위에 앉아
육신의 허리에 심어진 가훼들이 베어지고
청초했던 푸새들도 뽑히어져 황토가 뻘같이 드러나버린
그의 건토에 이제 도도히 바다를 심고 있다
기와지붕 텃밭에 이맛전의 주름살같은 고랑을 파고
한 이랑 한 이랑 뇌수의 꿈조각같은 씨앗을 뿌린다
노가리 한 감청색 홀씨는 바람을 먹고 자랄 것이다
파란 심줄이 돋아난 손목에 쥐어진 붓이 움직일 때마다
쏴아아 쏴아아 파도소리를 내고
사다리를 옮겨 놓을 때마다 철썩철썩 파도가 솟구친다
이마 위의 땀을 닦을 때마다 끼륵끼륵 바다갈매기가 날아가고
하얀 수말이 암벽에 부딪히듯 그의 60평생 뱃전을 두드린다
잠시 고개 든 시선은 정확한 나란히금으로 수평선을 그어
동색의 하늘을 정확히 갈라놓는다
옥개석 가에 둘러쳐진 비닐커버들은 흰포말되어 바람에 나부끼고
뱃전 너머에 총총히 심어진 바다는
가을 아침 햇살에 고기비늘처럼 반짝인다
저 작업이 끝나면
저 남자는 출렁이는 바다 위에 누워 타원형 널빤지를 타고
정년의 여생을 실어 파도타기를 할 것이다
새벽별들은 늙은 등대수가 된 그의 욱신대는 뼈마디마다 내려와
등대불되어 반짝여도 줄 것이다
아침이면 그는 수역으로 둘러싸인 백파의 바다에 뜬
별보다 먼 절해의 외딴섬이 되어 있을테니까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26 품위 유지비 김사빈 2005.12.05 606
2125 중년의 가슴에 2월이 오면-이채 오연희 2016.02.01 605
2124 동그라미 성백군 2009.07.07 603
2123 사목(死木)에는 성백군 2009.06.19 602
2122 박영숙영 " 어제의 사랑은 죽지를 않고 ㅡ작품해설(2) 박영숙영 2011.07.04 601
2121 나는 너를 너무 힘들게 한다 -홍해리 관리자 2004.07.24 597
2120 짝사랑 강민경 2009.05.13 597
2119 수필 참 좋은 인연을 위하여 2 son,yongsang 2015.12.20 597
2118 피아노 치는 여자*에게 서 량 2005.06.22 596
2117 수필 찍소 아줌마 박성춘 2015.05.15 590
2116 신처용가 황숙진 2007.08.09 588
2115 토끼 허리에 지뢰 100만 개 file 장동만 2006.04.08 584
2114 봄날 임성규 2009.05.07 584
2113 부부 file 김우영 2009.05.19 583
2112 돼지독감 오영근 2009.05.04 582
2111 여백 채우기 박성춘 2009.04.29 580
2110 부남 면 대소리 뱃사공네 이야기 김사빈 2007.10.06 579
2109 유나의 하루 김사빈 2005.07.04 577
2108 수필 김우영 작가의 (문화산책]물길 막는 낙엽은 되지 말아야 김우영 2014.11.09 576
2107 첫사랑의 푸른언덕. 이인범 2007.04.22 572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