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20 13:30

목소리

조회 수 17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목소리


                                                                                        이 월란





고뿔에 걸린 지난 밤 기회만 엿보던 목소리가 도망쳤다
토호들이 뱉어낸 도그마(dogma)는 이미 대기권을 장악했다
하중을 견디지 못한 구름은 비가 되어 갈라진 땅에 고이고
간간이 스크럼을 짠 분노들이 싹쓸바람이 되어 쳐들어오기도 했다


때로 눈밝은 사람들은 맹풍이 휩쓸고 지나간 쑥대밭에서
오래전에 자신들이 뱉어놓은 것들의 잔재를 발견하기도 했지만
목 꺾인 언어 조각들이 자기들 것이라고 아무도, 어느 누구에게도 발설하진 않았다
신문지상엔 어제까지 일어났었고, 오늘도 일어나고 있으며
내일도 일어날, 그저 자연재해의 일종으로 무시로 보도 되었으며
그 미친바람의 속도와 피해상황만이 정확한 과학적 수치로 헤드라인을 장식하였다


꽃타래가 주절거리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무한궤도가 장착된 설소차의 배토판에 긁힌 거친 땅 위로
욕망이 삽질하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생포된 꿈들이 탐조등 아래 엎드려 묵은 가요의 후렴처럼
응얼대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소리의 폐해가 또다른 소리를 잉태하고 있는 땅끝마을
목을 세운 소리관들이 여기저기에서 웅성웅성 걸어온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04 이월란 2008.03.03 158
1803 날아다니는 길 이월란 2008.03.04 208
1802 바닷가 검은 바윗돌 강민경 2008.03.04 233
1801 병상언어 이월란 2008.03.05 121
1800 흔들리는 집 이월란 2008.03.06 194
1799 獨志家 유성룡 2008.03.08 129
1798 봄밤 이월란 2008.03.08 132
1797 울 안, 호박순이 성백군 2008.03.09 242
1796 Daylight Saving Time (DST) 이월란 2008.03.10 156
1795 꽃씨 이월란 2008.03.11 163
1794 노래 하는 달팽이 강민경 2008.03.11 306
1793 여든 여섯 해 이월란 2008.03.12 244
1792 가시내 이월란 2008.03.13 215
1791 바다를 보고 온 사람 이월란 2008.03.14 164
1790 장대비 이월란 2008.03.15 293
1789 별리동네 이월란 2008.03.16 115
1788 봄의 가십(gossip) 이월란 2008.03.17 163
1787 페인트 칠하는 남자 이월란 2008.03.18 339
1786 망부석 이월란 2008.03.19 152
» 목소리 이월란 2008.03.20 171
Board Pagination Prev 1 ...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