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9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저 환장할 것들의 하늘거림을



                                                                   이 월란





염치없이 하늘이 된 것들을 알고 있다
기댈 곳 없어 어린 모가지를 꼿꼿이 세웠던 유년의 적막한 고립이
연기처럼 꿈틀꿈틀 올라가
내 여윈 심상 위에 하늘이 된 것임을

베갯잎 소리 없이 적시던
아름아름 고독을 핥아내던 어미의 귓불 적시던 눈물
밥상 머리에 안개방울처럼 떠다니던
그녀의 한숨조차 하늘이 된 것임을

내 앞에 열리는 문 없건만
내 등 뒤에서 닫히기만 하던 공항의 자동문
함량미달의 하늘이 되어 늘 닫히고만 있다는 것을

나를 내려놓고 휑하니 가버리던
그 자동차의 번호판이 아라비아 숫자로 둥둥 떠다니다
환절에 앙상해지는 가지마다 걸려
두둥실 적막강산의 낙하산으로 떠가고 있음을

먹구름으로, 하늬바람으로, 고추잠자리로 굿을 빼고
그래서 현관 앞 펜지꽃이 바르르 떨리기만 해도
자주와 노랑과 흰빛들로 칠해져 반가사유로 떠있음을

갈잎으로 날아가 나비처럼 하늘에 박히는 시선이 되는 것임을
못난 심성 위에 우두커니 떠 있는
오늘도 염치 없이 바라봐야 하는
저 야마리 없는 하늘이 되고 만 것임을

역방향으로 투신해버린
저 환장할 것들의 하늘거림을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47 장대비와 싹 강민경 2006.03.14 100
446 장맛비의 성질/강민경 강민경 2019.10.09 119
445 장미에 대한 연정 강민경 2013.12.26 534
444 재난의 시작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1.31 82
443 재외동포문학의 대약진 이승하 2005.04.09 365
442 저 건너 산에 가을 물드네!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12.04 183
441 저 따사로운... 김우영 2011.09.12 567
440 저 붉은 빛 강민경 2009.05.03 549
439 저 하늘이 수상하다 성백군 2014.08.07 248
» 저 환장할 것들의 하늘거림을 이월란 2008.03.22 195
437 저 흐느끼는 눈물 - 김원각 泌縡 2020.02.27 64
436 저, 억새들이 성백군 2008.11.20 152
435 저녁별 이월란 2008.03.25 161
434 적폐청산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8.10 100
433 전구 갈아 끼우기 서 량 2005.12.18 439
432 전령 1 file 유진왕 2021.08.06 93
431 전자기기들 / 성백군 하늘호수 2018.12.11 167
430 전지(剪枝) 성백군 2007.01.18 206
429 절규 성백군 2012.05.16 193
428 절제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2.03.24 110
Board Pagination Prev 1 ... 87 88 89 90 91 92 93 94 95 96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