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08 14:50

푸른 언어

조회 수 22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푸른 언어


                                                                         이 월란



바다가 그리워 그리워 바다 위에 누웠더니
불면의 잠은 아쿠아리움의 열대어처럼 잠수를 타고
젖은 별들을 주우며 푸른 바다에 발목만 빠뜨렸네
선창 아래 불면의 파도가 내장까지 쳐들어와
밤새 물을 타네, 밤을 타네
눈 감지 못하는 마음이 파도에게 잠을 청해도
24시간 룸서비스같은 생의 비애를 청포도처럼 은쟁반에 받쳐들고
묻는 파도에게 밤새 대답했네
멀미 방지용 패치는 귓불 뒤에 슬픔처럼 말라붙고
닿을 수 없는 미지의 바다는 밤을 풀어 온 몸에 휘감아
욕망을 숨긴 검은 여신처럼 어둠의 살갗을 긁어대고
낮에 본 노예의 후손들은 암흑 속에 눈꽃같은 이빨사이로
금방이라도 흑인영가가 울려퍼질 것 같은 낙천의 선한 눈빛으로
비릿한 노예선의 억양이 바리톤으로 정겹게 흘러
흑백영화의 한 장면처럼 멜빵바지 사이로 올챙이처럼 부푼 배꼽을
실룩거리며 그들은 지금도 웃고 있네
서툰 세상은 저 하늘처럼 높고 저 바다처럼 넓어도
하늘은 하나같이 푸른빛이어서 색없는 물빛이 하늘을 온전히 품어
푸른 바다가 된 것처럼
어지러운 사랑을 품어 내 안에서 푸른 바다가 된 것처럼
밤새 흔들려도 배설물같은 지난 시간들 한 오라기 토해내지 못해
아침으로 말갛게 태어난 호흡마다 붉은 해가 뜨고
밤새 죄를 번역하느라 나는 또 애를 먹었네
잠시도 멈추지 못하고 흔들리던 저 검푸른 바다의 언어로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46 두 손을 마주하여 그리움을 만든다 백야/최광호 2005.09.15 296
2145 아이들과갈비 강민경 2005.09.19 319
2144 노숙자 성백군 2005.09.19 173
2143 그렇게 그때 교태를 서 량 2005.09.19 260
2142 코스모스 길가에서 천일칠 2005.09.26 172
2141 식당차 강민경 2005.09.29 302
2140 가을단상(斷想) 성백군 2005.10.05 240
2139 코스모스 날리기 천일칠 2005.10.10 312
2138 달팽이 여섯마리 김사빈 2005.10.12 268
2137 한 사람을 위한 고백 천일칠 2005.10.13 256
2136 무서운 빗방울들이 서 량 2005.10.16 170
2135 일상이 무료 하면 김사빈 2005.10.18 354
2134 펩씨와 도토리 김사빈 2005.10.18 277
2133 쌍무지개 강민경 2005.10.18 202
2132 추일서정(秋日抒情) 성백군 2005.10.23 415
2131 가을묵상 성백군 2005.11.06 181
2130 뉴욕의 하늘에 / 임영준 뉴요커 2005.11.11 235
2129 지역 문예지에 실린 좋은 시를 찾아서 이승하 2005.11.11 655
2128 도마뱀 강민경 2005.11.12 242
2127 오래 생각하는 이순신 서 량 2005.11.14 24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