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13 16:37

스페이스 펜 (Space Pen)

조회 수 19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스페이스 펜 (Space Pen)



                                                                                               이 월란
    



친절하신 목사님께서 말씀하셨다
Q.T.*나 일기처럼 오래 간직하고 싶은 것들은 연필로 쓰세요
볼펜잉크의 수명은 길어야 10~20년이랍니다
손목에 오는 부담감 때문에 우선 매끄러운 볼펜이 아쉽지만
0.5mm 샤프펜슬로 깨알같은 질긴 번민들을 총총 심는다

우주인들은 무중력 상태에서 날아다니는 흑연가루 때문에 연필도 못쓰고
볼펜은 잉크가 내려오질 않아 Fisher가 발명한 일명 Space Pen을 쓴단다
물 속에선 물론 누워서도, 어떤 각도에서도, 돌, 유리, 버터 등 어떤 재료 위에서도
인간이 살 수 없는 영하 50도나 영상 120도에서도 기록이 가능하다는 스페이스 펜

누워서나 벽에 대고 쓰다가 잉크가 내려오지 않아 볼펜을 흔들었던 기억
기록의 간직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허기진 주머니 속에 만져지는 빈곤한 순간의 동전들처럼
때론 배고픈 오늘을 지탱해 주는 기억의 페이지들

백 이십만불의 뻘짓 프로젝트도 세우지 않았는데
나의 스페이스 펜은 오늘도 저 하늘에, 허공에, 꽃잎 위에 시를 쓴다
아래로만 잡아당기는 거대한 삶의 중력에도 불구하고
무중력의 꿈을 날아다니며 기록을 한다

스페이스 펜의 수명도 나와 똑같은 100년이란다
타인처럼 저만치 떨어진 호면이 님의 주름살같은 물결로 나의 기록을 받아 적는다
나, 오늘 여기 살아 있다고
                                                                                        



* Q.T. : Quiet Time의 약어로써 혼자 성경말씀을 묵상하는 하나님과의 교제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28 수필 ‘文化의 달’을 생각 한다 son,yongsang 2015.10.07 153
1027 황혼 결혼식 / 성백군 하늘호수 2015.10.01 367
1026 숲 속에 볕뉘 강민경 2015.10.01 371
1025 10월의 시-육친肉親/손택수 오연희 2015.10.01 535
1024 (동영상시) 나비의 노래 A Butterfly's Song 차신재 2015.09.27 345
1023 다시 돌아온 새 강민경 2015.09.26 114
1022 시조 그리움 5題 son,yongsang 2015.09.26 393
1021 한 점 바람 강민경 2015.09.25 279
1020 대가업 골목상권 하늘호수 2015.09.15 147
1019 9월이 강민경 2015.09.15 120
1018 (동영상시) 한 여름날의 축제 An Exilarating Festivity On A Mid Summer Day 차신재 2015.09.12 450
1017 간도 운동을 해야 강민경 2015.09.11 189
1016 9월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9.10 102
1015 가을 눈빛은 채영선 2015.09.08 176
1014 멈출 줄 알면 강민경 2015.09.06 157
1013 (동영상시) 아무도 모르는 일- 차신재 The Affair No One Knows 차신재 2015.09.01 531
1012 길 위의 샤워트리 낙화 하늘호수 2015.08.30 290
1011 당신은 내 심장이잖아 강민경 2015.08.29 236
1010 풀에도 은혜가 있으매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8.24 145
1009 갑질 하는 것 같아 강민경 2015.08.22 191
Board Pagination Prev 1 ... 58 59 60 61 62 63 64 65 66 67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