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18 15:01

도망자

조회 수 159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도망자


                                                                                                                           이 월란





검색 리스트에 오른지는 오래 되었다. 위험한 수배자가 된 지도 오래 되었다. 잡히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도 저 끈질긴 미행을 따돌릴 재간은 없다. 잠시 열이 올라 누웠어도 거룩한 저승사자의 가운을 입고 나의 침상에 걸터 앉아 있다. 누워서 거저 먹을 생각은 말라고. 모기장 속에 모기를 피하는 사람들이 와글와글 있었던 것처럼 그들이 쳐 놓은 그물망 속에 내가 들어 있다. 범인으로 지목되어 빈 속에 들어가 수박통처럼 세상을 부풀어, 죄의 온상같은 피밭을 울며 뛰쳐 나온 직후로 길이 닳도록 오가는 일상의 골목마다 그들은 철저히 지키고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수비하듯 그들의 눈알이 소리없이 구른다. 헉헉대는 그들의 허리춤에 흉기는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에 초성능의 업그레이드 된 카빈총 한자루 쯤은 숨기고 있음에 틀림없다. 한 대 맞고 쓰러지면 한동안 몽롱해질 곤봉 하나 눈앞에서 달랑이고 있고 생의 회로는 평행선처럼 따라붙는 수색자를 결코 따돌리지 못한다. 탈주자는 늘 조준되어 있어 사정거리를 벗어나지도 못한다. 지하의 반역자들은 어디에나 둥지를 틀고 있는 것처럼 그만 걷어차 버리라고 찝쩍이는 불온삐라가 가끔 날아들지만 누구 하나 그럴 엄두를 내진 못한다. 쉽게 들어온 것처럼 그리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은 아니란 걸 은연중에 터득했다. 끈질긴 추격전은 그 날의 클라이맥스를 충실히 연출해 내고, 언제고 곧 결투가 벌어질 듯, 손에 닿을 듯, 효과음 하나 없이, 삶이 쫓아오고 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86 아! 그대가 보고 싶습니다 / 김원각 泌縡 2021.01.01 143
785 아! 그대의 미소가 빠졌네요 – 김원각 泌縡 2020.08.23 223
784 아! 그리운 어머니! - 김원각 泌縡 2020.11.11 110
783 아! 내가 빠졌다고 / 김원각 泌縡 2020.08.31 70
782 아가 얼굴위에 강민경 2008.05.15 168
781 아기 예수 나심/박두진 file 오연희 2016.12.23 357
780 아내에게 이승하 2007.04.07 308
779 아내여, 흔들지 말아요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4.12 156
778 아내의 값 성백군 2013.02.27 197
777 아내의 요리 솜씨 / 성백군 하늘호수 2020.12.30 254
776 아내의 품 / 성백군 하늘호수 2021.05.26 164
775 아내의 흰 머리카락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3.04 103
774 아니 아직 거기 있었네요 강민경 2012.04.22 316
773 시조 아득히 먼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2.04 71
772 아들아!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5.25 176
771 아들의 첫 출근/김재훈 김학 2005.02.03 564
770 아름다운 노년 설계를 위하여 이승하 2007.04.07 429
769 아름다운 마음 / 성백군 하늘호수 2019.11.15 308
768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여인상 유성룡 2007.08.16 221
767 아름다운 비상(飛上) 이월란 2008.05.01 214
Board Pagination Prev 1 ... 70 71 72 73 74 75 76 77 78 79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