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21 16:16

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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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길


                                      이 월란




무심히 쌓아올린 웃음 짓던 밤
혼모(昏耄)의 계단을 밟고 올라온 이
꽃잠 속에 피어났네

고허(故墟)의 문을 열면
늘 그가 잠들어 있어
팔딱이는 가슴에 꿈길을 놓았네

생경한 길들이 닦아놓은 무수한 장면들
붉은 피 엉기는 환각의 꽃으로 놓았고
눈물로 서 있던 이
반딧불되어 온 몸으로 불 밝히네

유배지가 되어버린 나의 땅에
일상의 가시가 돋고
욕기의 꽃을 피우려
넘어지고 또 넘어지며 달려갔네

목소리도, 얼굴도, 체취도 없는
설면한 사람 곁에서
내 안에 너를 버려달라고
돌아올 수 없는 난
나마저 두고 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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