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22 15:50

새벽길

조회 수 155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새벽길


                                                   이 월란




어둠의 소굴을 흑기사처럼 달려왔네
빙어의 지느러미로 질명(質明)을 헤엄쳐왔네
종유굴 바닥에 석순처럼 떨어져 내린
간밤의 기억들을 내쳐 아침과 내통하는 중


허방을 딛는가
걸음마다 찍힌 홍반의 기억이 아려도
엉성한 골조직에 스며드는 효신(曉晨)의 바람이라
골다공증의 뼛구멍을 휑하니 스쳐도
시리지 않는 깨우침
순산한 산모의 낯으로 누워 새벽을 낳았으리
여명의 단잠을 볼모로
어둠의 산을 밤새워 타고 내려왔으리


아침의 수비병으로 태어난 명줄
푸른 눈의 사람들은 금발의 머리칼 꿈길에 드리우고
입양된 검은 눈의 그 남자, 저승길로 가는 길에
이승길을 닦고 있누나
샐녘바람을 타고 있누나
뿌리없는 고목으로 벽랑의 대양을 뗏목처럼 떠나왔어도
첫봄의 꽃으로 피어 우리 새벽으로 만나지 않으련


홀로 깜빡이는 해 잃은 하늘의 신호등이
허기진 창자 위에 깜빡이는 사거리
도깨비 불 좇아 폐허를 뒤지는 춤사위
여름에 헤어지고 겨울에 다시 만나는 신신한 벗처럼
빗속에 돌아서고 흰 눈 속에 해후하는 연인처럼
내가 잠든 사이 내가 모르는 별들의 얘기로
내가 모를 곳에서 나를 그리워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나를 찾아 온 등푸른 새벽을 불러와


들리지 않는 곳에서 나를 부르는 이의 소리로
홀로 펄럭이는 깃발로 마주서지 않으련
텅 빈 거리에 발 꺾인 고적대처럼
잠든 거리를 홀로 깨어 버티었을 녹슨 거리에
황원의 무사가 되어보지 않으련
잉걸빛 태양을 삼킨 얼굴로
어둠의 철폐령을 내려
서슬 푸른 생명의 가객을 맞이하지 않으련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89 수필 영화 '귀향'을 보고-최미자 미주문협 2017.10.02 223
1388 시조 한민족독도사관 연구소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3.31 223
1387 봄 배웅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4.20 223
1386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여인상 유성룡 2007.08.16 222
1385 꿈길 이월란 2008.04.21 222
1384 엉뚱한 가족 강민경 2014.11.16 222
1383 낯 선 승객 박성춘 2015.06.15 222
1382 입춘(立春) 하늘호수 2017.02.15 222
1381 들꽃 선생님 하늘호수 2016.09.07 222
1380 듣고 보니 갠찮다 강민경 2019.04.10 222
1379 정용진 시인의 한시 정용진 2019.05.17 222
1378 [시]휴머니즘 백야/최광호 2007.03.25 221
1377 미리준비하지 않으면 강민경 2016.01.26 221
1376 상현달 강민경 2017.11.20 221
1375 수필 메아리 file 작은나무 2019.02.21 221
1374 옥양목과 어머니 / 김 원 각 泌縡 2020.05.09 221
1373 그대 가슴에 강민경 2009.01.06 220
1372 밤비 하늘호수 2016.06.10 220
1371 금단의 열매 1 유진왕 2021.07.25 220
1370 입춘대길(立春大吉)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2.08 220
Board Pagination Prev 1 ... 40 41 42 43 44 45 46 47 48 49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