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22 15:50

새벽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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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길


                                                   이 월란




어둠의 소굴을 흑기사처럼 달려왔네
빙어의 지느러미로 질명(質明)을 헤엄쳐왔네
종유굴 바닥에 석순처럼 떨어져 내린
간밤의 기억들을 내쳐 아침과 내통하는 중


허방을 딛는가
걸음마다 찍힌 홍반의 기억이 아려도
엉성한 골조직에 스며드는 효신(曉晨)의 바람이라
골다공증의 뼛구멍을 휑하니 스쳐도
시리지 않는 깨우침
순산한 산모의 낯으로 누워 새벽을 낳았으리
여명의 단잠을 볼모로
어둠의 산을 밤새워 타고 내려왔으리


아침의 수비병으로 태어난 명줄
푸른 눈의 사람들은 금발의 머리칼 꿈길에 드리우고
입양된 검은 눈의 그 남자, 저승길로 가는 길에
이승길을 닦고 있누나
샐녘바람을 타고 있누나
뿌리없는 고목으로 벽랑의 대양을 뗏목처럼 떠나왔어도
첫봄의 꽃으로 피어 우리 새벽으로 만나지 않으련


홀로 깜빡이는 해 잃은 하늘의 신호등이
허기진 창자 위에 깜빡이는 사거리
도깨비 불 좇아 폐허를 뒤지는 춤사위
여름에 헤어지고 겨울에 다시 만나는 신신한 벗처럼
빗속에 돌아서고 흰 눈 속에 해후하는 연인처럼
내가 잠든 사이 내가 모르는 별들의 얘기로
내가 모를 곳에서 나를 그리워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나를 찾아 온 등푸른 새벽을 불러와


들리지 않는 곳에서 나를 부르는 이의 소리로
홀로 펄럭이는 깃발로 마주서지 않으련
텅 빈 거리에 발 꺾인 고적대처럼
잠든 거리를 홀로 깨어 버티었을 녹슨 거리에
황원의 무사가 되어보지 않으련
잉걸빛 태양을 삼킨 얼굴로
어둠의 철폐령을 내려
서슬 푸른 생명의 가객을 맞이하지 않으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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