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22 15:50

새벽길

조회 수 154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새벽길


                                                   이 월란




어둠의 소굴을 흑기사처럼 달려왔네
빙어의 지느러미로 질명(質明)을 헤엄쳐왔네
종유굴 바닥에 석순처럼 떨어져 내린
간밤의 기억들을 내쳐 아침과 내통하는 중


허방을 딛는가
걸음마다 찍힌 홍반의 기억이 아려도
엉성한 골조직에 스며드는 효신(曉晨)의 바람이라
골다공증의 뼛구멍을 휑하니 스쳐도
시리지 않는 깨우침
순산한 산모의 낯으로 누워 새벽을 낳았으리
여명의 단잠을 볼모로
어둠의 산을 밤새워 타고 내려왔으리


아침의 수비병으로 태어난 명줄
푸른 눈의 사람들은 금발의 머리칼 꿈길에 드리우고
입양된 검은 눈의 그 남자, 저승길로 가는 길에
이승길을 닦고 있누나
샐녘바람을 타고 있누나
뿌리없는 고목으로 벽랑의 대양을 뗏목처럼 떠나왔어도
첫봄의 꽃으로 피어 우리 새벽으로 만나지 않으련


홀로 깜빡이는 해 잃은 하늘의 신호등이
허기진 창자 위에 깜빡이는 사거리
도깨비 불 좇아 폐허를 뒤지는 춤사위
여름에 헤어지고 겨울에 다시 만나는 신신한 벗처럼
빗속에 돌아서고 흰 눈 속에 해후하는 연인처럼
내가 잠든 사이 내가 모르는 별들의 얘기로
내가 모를 곳에서 나를 그리워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나를 찾아 온 등푸른 새벽을 불러와


들리지 않는 곳에서 나를 부르는 이의 소리로
홀로 펄럭이는 깃발로 마주서지 않으련
텅 빈 거리에 발 꺾인 고적대처럼
잠든 거리를 홀로 깨어 버티었을 녹슨 거리에
황원의 무사가 되어보지 않으련
잉걸빛 태양을 삼킨 얼굴로
어둠의 철폐령을 내려
서슬 푸른 생명의 가객을 맞이하지 않으련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46 하늘처럼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9.22 89
945 가을에게/강민경 강민경 2018.09.23 137
944 불편한 관계/강민경 강민경 2018.09.23 141
943 가슴으로 찍은 사진 강민경 2018.10.01 140
942 나무 뿌리를 보는데 강민경 2018.10.08 151
941 가을 편지 / 성백군 하늘호수 2018.10.11 207
940 사랑은 그런 것이다/강민경 강민경 2018.10.14 108
939 가을 퇴고 / 성백군 하늘호수 2018.10.19 211
938 나를 먼저 보내며 강민경 2018.10.21 205
937 팥빙수 한 그릇 / 성백군 하늘호수 2018.10.30 81
936 폴짝폴짝 들락날락 강민경 2018.11.07 148
935 짝사랑 / 성백군 하늘호수 2018.11.13 108
934 빛의 일기 강민경 2018.11.15 112
933 덫/강민경 강민경 2018.11.23 109
932 H2O / 성백군 하늘호수 2018.11.24 222
931 밤, 강물 / 성백군 하늘호수 2018.11.30 103
930 당신은 나의 꽃/강민경 강민경 2018.11.30 230
929 소망과 절망에 대하여 강민경 2018.12.05 105
928 전자기기들 / 성백군 하늘호수 2018.12.11 167
927 12월 강민경 2018.12.14 65
Board Pagination Prev 1 ... 62 63 64 65 66 67 68 69 70 71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