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06 14:50

사이클론(cyclone)

조회 수 158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사이클론(cyclone)*


                                                                      이 월란




벵골의 정글 속, 생존의 발바닥을 핥던 사람들
기척이 없다
움막이 젖도록 울고 있는 여인의 가슴팍에 달라붙어
흡혈귀처럼 젖을 빨고 있는 아이의 눈동자는 아직 살아 있다
물을 길러 가는 퇴화된 검은 두 발들은 여전히 목이 마르다
장난감 블록처럼 널부러진 도시의 조각들이
거대한 밀림의 밑둥 아래서 신음하고 있다
태풍은 지나갔다
살충제 한방에 몰사 당한 개미떼처럼
미얀마의 거대한 파도도 지나갔다
사진 속 원시인들은 소리지르지 않는다
폭풍의 눈은 감겼으며 해일의 귀는 닫혔다
결과로 남은 숫자는 선명한 칼라사진과 함께
6하원칙의 정확한 문장 아래 모니터에 무료히 떠 있다
우린 아무도 구속영장이나 수갑을 들고 태풍을 쫓아가지 않는다
사라진 어마어마한 흉악범의 몽타주도 배포하지 않는다
곳곳에 쌓인 지문을 체취하지도 않으며, 그저 완전범죄를 인정했다
다만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들을 분리수거하며
제3자의 신분증을 달고 우리들의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애쓸 뿐이다
그 극악무도한 범인의 주기적인 범행계획 리스트에 오르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라면서

                                                                 2008-05-06




* 사이클론(cyclone) : ꃃ 〖지리〗 벵골 만과 아라비아 해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 성질은 태풍과 같으며 때때로 해일을
                           일으켜 낮은 지대에 큰 재해가 발생한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86 사랑한단 말 하기에 유성룡 2006.08.13 229
985 사막은 살아있다 정용진 시인 정용진 2019.04.25 149
984 사막의 돌산 / 헤속목 1 헤속목 2021.07.30 96
983 사망보고서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5.21 162
982 사모(思慕) 천일칠 2005.04.26 207
981 사목(死木)에 돋는 싹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6.04 117
980 사목(死木)에는 성백군 2009.06.19 602
979 사생아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7.12 175
978 사서 고생이라는데 강민경 2019.01.14 91
977 사월 향기에 대한 기억 강민경 2016.04.30 244
976 시조 사월과 오월 사이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4.21 102
975 사유(事由) 이월란 2008.02.24 89
» 사이클론(cyclone) 이월란 2008.05.06 158
973 사인(死因) 하늘호수 2016.04.09 248
972 산 닭 울음소리 성백군 2014.06.23 490
971 산(山) 속(中) 천일칠 2005.04.04 259
970 산국화 유성룡 2007.11.14 260
969 산그늘 정용진 2019.06.30 106
968 산그늘 정용진 시인 정용진 2019.07.01 68
967 산기슭 골바람 하늘호수 2018.01.04 164
Board Pagination Prev 1 ... 60 61 62 63 64 65 66 67 68 69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