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련한 예수를 위하여
이승하 프란체스코
한 사람을 용서할 수 없어
술에 취해 밤거리를 헤맬 때
나를 용서하려 애쓰는 이가 어딘가에 있음을
안다네 그를 나는
‘거룩한 예수’라고 부르지
간음한 여자를 용서하면서
남을 용서할 줄 알아야
자기도 용서받을 수 있다고 했던
근엄한 예수
나 지금 짱돌을 들고 있는데 말야
분노에 휩싸여
잠 못 이루며 뒤척일 때
나를 용서하려 애쓰는 이가 어딘가에 있음을
안다네 그를 나는
‘가련한 예수’라고 부르지
죽음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하고
아버지의 뜻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라면
이 잔을 거두어달라고 했던
나약한 예수
나는 왜 가련하고 나약한 예수가
거룩한 예수보다 마음에 드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