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19 19:42

신발 가장론(家長論)

조회 수 233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신발 가장론(家長論) / 성백군


흩어진 신발들
방안에서는 왁자한 사람들의 소리 시끄러운데
방 밖에서 곤한 잠에 빠져있다

바로 누운 것이 많지만
엎어진 것도 있고 겹처진 것도 있다
벗어놓은 그대로 방안에서 무슨 소리가 나도 상괸하지 않고
저리 편한 것을 보면
버려진 것도 아니요 억울해하는 것도 아니다
할 일 다 하고 쉬는 사람 모습이
벗어놓은 신발을 닮아야 하는데---,

어쩌다 술 취한 사람이 콧등을 밟으면
벌떡 일어나 눈 비비며 무슨 일인가 살펴보다가
제 일이 아니면 다시 잠들기도 하지만
제 일이면 크게 입 벌려 찢어지게 하품 한 번 하고 일어서면 족하다
저벅저벅 걷는 저 모습
뒷축이 기울고 옆구리가 터졌지만
세상이 알아주기까지는 불평 한마디 않고 게으름 피지 않는다.

사랑이란 저런 것이다
가장이란 저런 것이다
제 몸을 열어 가족을 담고 몸이 닳기까지 걸어가는 것
아침 출근길에 아내가, 아이들이
코끝이 반짝반짝 하도록 닦아 내놓은 구두 한 켤레
그것 신고 밥벌이 나서는 것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85 당신은 내 심장이잖아 강민경 2015.08.29 232
784 바닷가 검은 바윗돌 강민경 2008.03.04 233
783 꿈꾸는 구름 강민경 2008.04.15 233
» 신발 가장론(家長論) 성백군 2012.12.19 233
781 낙원동에서 강민경 2014.02.23 233
780 누가 먼 발치에 배미순 2007.04.20 234
779 만남의 기도 손영주 2007.04.24 234
778 곱사등이춤 이월란 2008.02.18 234
777 나비의 변명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3.15 234
776 나목의 가지 끝, 빗방울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5.23 234
775 빈 집 성백군 2005.06.18 235
774 뉴욕의 하늘에 / 임영준 뉴요커 2005.11.11 235
773 대지 유성룡 2008.02.28 235
772 바깥 풍경속 강민경 2008.08.16 235
771 몸으로 하는 말 강민경 2011.10.05 235
770 밤송이 산실(産室) 성백군 2013.11.03 235
769 해 넘어간 자리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6.12 235
768 무사고 뉴스 성백군 2006.07.19 236
767 밤 손님 성백군 2006.08.18 236
766 들꽃 곽상희 2007.09.08 236
Board Pagination Prev 1 ... 70 71 72 73 74 75 76 77 78 79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