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01 07:57

꽃망울 터치다

조회 수 44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꽃망울 터치다  
김우영의 에세이-우리말 나들이

2012년 10월 31일 (수)  김우영 <소설가>  webmaster@cctimes.kr  


    
  
    
  
김우영 <소설가>

우리가 ‘터뜨리다’라고 하는 말은 무엇을 만져 터지게 하는 것이다. 울음이나 웃음도 터뜨리는 대상으로 번지도록 사용된다. ‘터짐’ 이란 막혀 있던 게 갑작스럽게 큰 힘으로 부서지는 모양이다. 봄만 되면 ‘꽃망울을 터뜨린다’ 는 표현도 좋은 말이다.

북한에서는 ‘터뜨리다’보다 ‘터치다’를 잘 사용한다. 수류탄, 울분, 울음을 터친다. 또 풀어 헤치다에 가깝게 ‘짐짝을 터친다’고 사용하고, 막힌 것을 터놓는 뜻으로 ‘물고(-꼬)를 터친다’도 사용한다. 꽃이 필 때도 ‘꽃잎을 터치려는 꽃망울’하는 말을 쓴다. 중국과 러시아 동포들도 ‘터치다’를 잘 사용한다.

* 쾅! 쾅 터치는 노래(김 철 ‘북방의 강’)

* 색깔 고운 웃음을/ 방긋 터치며 오시였지요(조룡남 ‘꽃과 웃음과’중국)

* 들을 리 만무한 네 앞에서 아픔을 터쳐 울부짖으면서(정장길 ‘병사의 무덤 앞에서’, 옛 소련)

* 초록너울 쓰고 꽃망울 터치며 왔습니다(김파 ‘봄날의 시혼’, 중국) 막 피어나는 꽃망울, 꽃봉오리의 조용한 몸짓을 ‘터뜨리다, 터치다’로 말맛이 거칠게 들린다.

* 자?� 굵은 대공 하얀한 꽃이 벌고(이병기 ‘난초4’)

* 비 오자 장독간에 봉선화 반만 벌어(김상옥‘봉선화’)

* 오늘 비로소 벙그는 꽃 한 송이(한광구 ‘매화’)

* 막 난초꽃이 한둘 벙글고 있다(박정만 ‘난초’)

우리말중에 사이시옷만큼 바르게 표현하기가 어려운 말도 없다고 한다. 주고받는 말이나 글 중에 대부분이 사이시옷이 들어가기 때문에 어디서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어려움이 있다.

1988년에 고쳐 나온 ‘한글 맞춤법’ 의 사이시옷 적기 규정에는 이렇다. 이 맞춤법에서는 순한자말의 경우 묘하게도 ‘곳간, 셋방, 숫자, 찻간, 툇간, 횟수’ 여섯 낱말 외에는 적지 않기로 하였다. 그 결과 ‘댓가’는 ‘대가’로 ‘홋수’는 ‘호수’로, ‘솟장’은 ‘소장’ 으로 적어야 한다. 그리고 ‘장밋빛’은 사이시옷을 받쳐 적되 ‘장미과’는 ㅅ을 받쳐 적으면 틀리게 된다.

사이시옷 표현은 현재 남한과 북한이 다르게 사용한다. 북한에서는 1966년 이후로 거의 적용하지 않는다. ‘냇가, 빗발, 훗날’을 북에서는 ‘내가 비발, 후날’로 적고, 발음은 된소리로 한다. 그런데 1988년에 나온 북한의 한글규범집에서는 혼동을 피하기 위해 ‘빗바람’ ‘새별’과 ‘샛별’로 구분하여 적고, ‘아랫집’, 뒷일 따위의 몇몇 낱말에 예외적으로 ㅅ을 받치어 적기로 하였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통일이 되면 가장 문제시되는 것이 주고받는 언어와 글자의 표준이라고 한다. 벌써부터 뜻있는 한글학자는 이 부분을 집중 연구하여야 한다고 한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65 돌배나무 꽃그늘 속에서 성백군 2013.03.30 205
764 모처럼 찾은 내 유년 김우영 2013.03.28 382
763 바람둥이 가로등 성백군 2013.03.09 164
762 중국 바로알기 김우영 2013.03.07 944
761 혈(血) 강민경 2013.02.28 119
760 우리는 동그라미 한가족 김우영 2013.02.27 263
759 아내의 값 성백군 2013.02.27 197
758 김우영의 세상사는 이야기 대전 중구의 효(孝)문화 가치 증대 아젠다 김우영 2013.02.16 700
757 호텔 치정살인사건 성백군 2013.02.16 494
756 선잠 깬 날씨 강민경 2013.02.13 277
755 아버지 철학 file 김사비나 2013.02.12 189
754 투명인간 성백군 2013.02.01 82
753 희망은 있다 강민경 2012.12.26 166
752 신발 가장론(家長論) 성백군 2012.12.19 233
751 아름다운 엽서 성백군 2012.11.12 214
750 한반도의 영역 김우영 2012.11.12 310
749 밑줄 짝 긋고 강민경 2012.11.01 210
» 꽃망울 터치다 김우영 2012.11.01 448
747 개화(開花) 성백군 2012.10.31 124
746 가시 성백군 2012.10.04 102
Board Pagination Prev 1 ... 71 72 73 74 75 76 77 78 79 80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