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12 17:30

아름다운 엽서

조회 수 214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아름다운 엽서 / 성백군


간밤에 비바람 몰아치더니
알리와이 운하(運河)에 낙엽들이 모여앉아
흐르는 물에 몸을 담그고 있다
손을 담근 미루나무 잎, 발만 담근 맹고나무 잎,
아예 물속에 들어가 멱감는 야자나무 잎도 있다
계절이 바뀌고 겨울이 오면
세상 떠야 하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갑자기
명줄 끊이고 보니 대책 없다고
노란 무늬, 빨간 무늬, 아직 혈기 덜뜰어진 초록 무늬
저마다 낙관인양 제 몸에 삶의 흔적 새기고
잔물결 빌어 이력서를 쓰고 있다

뉴욕에서 왔다는 K, 캘리포니아에서 살았다는 M,
시카고 Mr, 엘에이 Mrs, Mr, Miss, Mrs-----,
한국에서 왔다는 박씨도 있다
직업도 가지가지이고 사연도 많지만
실체는 보이지 않고 소리만 무성하다
쇼핑카에 가득 찬 헌옷 가지들, 하소연 들어주기도 지겹다는 듯
간혹, 벌떡 일어나 불어오는 바람에 무료함을 씻어내고
종일 지켜보던 태양은 가장 뜨거울 때 메스를 들이댄다
와이키키 해변 벤치 위에는 수술을 기다리는 너부러진 노숙자들로 가득하다

가끔, 먹어보라고 입을 크게 벌려 물도 가져다주고 빵도 쥐어주면서
상처 자리 들어내고는 외면하는 주민, 더러는
비행기표를 사주면서 고향으로 입원시키자는 주 정부
그러고도 치료해줄 생각은 않으니 이제는
그들의 이력서가 알라와이 운하(運河)에서부터 와이키키 해변까지
흘러 와 차곡차곡 쌓인다. 문득
세상 물정 모르던 유년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저들을 건져내어 책갈피에 끼워두고 오래 다독이다 보면
좋은 세상 소식 전하는 아름다운 엽서가 되겠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86 아! 그대가 보고 싶습니다 / 김원각 泌縡 2021.01.01 143
785 아! 그대의 미소가 빠졌네요 – 김원각 泌縡 2020.08.23 223
784 아! 그리운 어머니! - 김원각 泌縡 2020.11.11 110
783 아! 내가 빠졌다고 / 김원각 泌縡 2020.08.31 70
782 아가 얼굴위에 강민경 2008.05.15 168
781 아기 예수 나심/박두진 file 오연희 2016.12.23 357
780 아내에게 이승하 2007.04.07 308
779 아내여, 흔들지 말아요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4.12 156
778 아내의 값 성백군 2013.02.27 197
777 아내의 요리 솜씨 / 성백군 하늘호수 2020.12.30 254
776 아내의 품 / 성백군 하늘호수 2021.05.26 164
775 아내의 흰 머리카락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3.04 103
774 아니 아직 거기 있었네요 강민경 2012.04.22 316
773 시조 아득히 먼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2.04 71
772 아들아!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5.25 176
771 아들의 첫 출근/김재훈 김학 2005.02.03 564
770 아름다운 노년 설계를 위하여 이승하 2007.04.07 429
769 아름다운 마음 / 성백군 하늘호수 2019.11.15 308
768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여인상 유성룡 2007.08.16 221
767 아름다운 비상(飛上) 이월란 2008.05.01 214
Board Pagination Prev 1 ... 70 71 72 73 74 75 76 77 78 79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