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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동그라미 한가족  


2013년 02월 27일 (수)  김우영 <작가. 한국문인협회>  webmaster@cctimes.kr  


    
  
    
  
김우영 <작가. 한국문인협회>

얼마 전 지인의 초청으로 중국 북경에 갔다. 마침 한겨울에 가게 되었는데 북경의 겨울이 유난히 추웠다. 넓디넓은 시내에 하얀 눈이 쌓이고 그 위를 차들이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었다. 매서운 찬바람이 도로와 골목에 몰아쳐 중국 겨울대지에 칼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 추운 겨울 우리 일행은 아름다운 만리장성의 설경을 보기 위해 조심스럽게 운전하며 팔달령 산협으로 가고 있었다. 만리장성엔 새하얀 눈이 소나무와 바위에 소복하게 쌓여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그 설경은 중국이나 한국이나 별다른 게 없었다. 저만치 산허리께로 토끼 한 마리가 달려가는 게 보인다.

“야, 저어기 토끼다아---우리 한국 토끼와 같네에----허허허---”

잠시 내 고향 충남 서천의 어린 시절의 겨울정경이 떠올랐다. 한겨울 하얀 눈이 내리면 우리는 으레 토끼사냥에 나섰다. 뒤 곁 장독에 쌓인 눈을 뭉쳐 휑하니 닭장을 향하여 던진다. 그러면 닭들이 놀라 ‘꼬꼬댁---꼬꼬댁---’ 하고 놀라고, 옆에 있던 누렁이란 놈도 ‘멍멍-- 멍멍--’ 하고 꼬리를 흔들며 눈뭉치를 따라 달려 나간다.

우리는 운동화를 지푸라기로 단단히 매고 털모자를 꾹 눌러쓰고는 한 무리의 동네 형들과 집을 나선다. 앞산 산협에 V자 좁은 계곡에 먼저 그물을 쳐놓고 형들과 우리는 먼 곳의 넓은 지형에서부터 좁은 계곡을 향하여 몰아간다.

“우우---우우----”

겨울 토끼몰이는 넓은 곳에서부터 좁은 아래의 V자 계곡으로 점점 좁혀 가는데 그 영역 안에 있는 토끼나 노루를 잡는 것이다. 이렇게 우우---우우--- 산협을 타며 몽둥이로 나무를 툭툭 치며 함성을 지르고 토끼몰이를 한다. 그날의 수확은 적어도 토끼 서 너 마리와 노루 한두 마리는 그물에 걸린다.

이런 날은 동구 밖 주막으로 몰려가 토끼 탕을 끓이고 노루피를 마시며 횡재를 하는 날이다. 주막집 처마 위로 노란 보름달이 떠오른다. 막걸리에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하고 우리는 사랑방에 빙 둘러 앉아 화투를 치기 시작한다.

즐거운 시간을 지내다보면 어느새 들창문엔 여명이 다가온다. 토끼 탕과 노루 피에 에너지를 힘껏 저장한 우리 화투꾼들은 주막집 방죽가에 나란히 서서 헤헤거리며 오줌을 갈겨댄다.

“야, 내 오줌발이 쎄냐? 네 오줌발이 쎈지 시합하자!”

“그래 내 오줌발은 저 방죽을 넘어 동네까지 날아간다아--”

“그래 내 오줌발은 이 방죽을 건너 동네를 돌아 저 읍내로 향한다아 -- 이 녀석들아----”

토끼사냥과 주막집 화투로 긴 겨울밤을 지새우다보면 새날이 밝아오듯 겨울이 동구 밖으로 빠져나간다. 그리고 앞산 계곡 얼음물이 녹아 시냇물로 흐르면서 새 봄이 시나브로 다가온다. 그리노라면 우리들은 부모님을 도와 1년 농사 준비를 하곤 했다.

이제는 지구촌 한 가족이다. 자연이 있고 인류가 오밀조밀 살아가고 있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봄이 가면 여름이, 가을이 오듯 아름다운 산하에서 지구촌 한 가족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더불어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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