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6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우리는 동그라미 한가족  


2013년 02월 27일 (수)  김우영 <작가. 한국문인협회>  webmaster@cctimes.kr  


    
  
    
  
김우영 <작가. 한국문인협회>

얼마 전 지인의 초청으로 중국 북경에 갔다. 마침 한겨울에 가게 되었는데 북경의 겨울이 유난히 추웠다. 넓디넓은 시내에 하얀 눈이 쌓이고 그 위를 차들이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었다. 매서운 찬바람이 도로와 골목에 몰아쳐 중국 겨울대지에 칼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 추운 겨울 우리 일행은 아름다운 만리장성의 설경을 보기 위해 조심스럽게 운전하며 팔달령 산협으로 가고 있었다. 만리장성엔 새하얀 눈이 소나무와 바위에 소복하게 쌓여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그 설경은 중국이나 한국이나 별다른 게 없었다. 저만치 산허리께로 토끼 한 마리가 달려가는 게 보인다.

“야, 저어기 토끼다아---우리 한국 토끼와 같네에----허허허---”

잠시 내 고향 충남 서천의 어린 시절의 겨울정경이 떠올랐다. 한겨울 하얀 눈이 내리면 우리는 으레 토끼사냥에 나섰다. 뒤 곁 장독에 쌓인 눈을 뭉쳐 휑하니 닭장을 향하여 던진다. 그러면 닭들이 놀라 ‘꼬꼬댁---꼬꼬댁---’ 하고 놀라고, 옆에 있던 누렁이란 놈도 ‘멍멍-- 멍멍--’ 하고 꼬리를 흔들며 눈뭉치를 따라 달려 나간다.

우리는 운동화를 지푸라기로 단단히 매고 털모자를 꾹 눌러쓰고는 한 무리의 동네 형들과 집을 나선다. 앞산 산협에 V자 좁은 계곡에 먼저 그물을 쳐놓고 형들과 우리는 먼 곳의 넓은 지형에서부터 좁은 계곡을 향하여 몰아간다.

“우우---우우----”

겨울 토끼몰이는 넓은 곳에서부터 좁은 아래의 V자 계곡으로 점점 좁혀 가는데 그 영역 안에 있는 토끼나 노루를 잡는 것이다. 이렇게 우우---우우--- 산협을 타며 몽둥이로 나무를 툭툭 치며 함성을 지르고 토끼몰이를 한다. 그날의 수확은 적어도 토끼 서 너 마리와 노루 한두 마리는 그물에 걸린다.

이런 날은 동구 밖 주막으로 몰려가 토끼 탕을 끓이고 노루피를 마시며 횡재를 하는 날이다. 주막집 처마 위로 노란 보름달이 떠오른다. 막걸리에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하고 우리는 사랑방에 빙 둘러 앉아 화투를 치기 시작한다.

즐거운 시간을 지내다보면 어느새 들창문엔 여명이 다가온다. 토끼 탕과 노루 피에 에너지를 힘껏 저장한 우리 화투꾼들은 주막집 방죽가에 나란히 서서 헤헤거리며 오줌을 갈겨댄다.

“야, 내 오줌발이 쎄냐? 네 오줌발이 쎈지 시합하자!”

“그래 내 오줌발은 저 방죽을 넘어 동네까지 날아간다아--”

“그래 내 오줌발은 이 방죽을 건너 동네를 돌아 저 읍내로 향한다아 -- 이 녀석들아----”

토끼사냥과 주막집 화투로 긴 겨울밤을 지새우다보면 새날이 밝아오듯 겨울이 동구 밖으로 빠져나간다. 그리고 앞산 계곡 얼음물이 녹아 시냇물로 흐르면서 새 봄이 시나브로 다가온다. 그리노라면 우리들은 부모님을 도와 1년 농사 준비를 하곤 했다.

이제는 지구촌 한 가족이다. 자연이 있고 인류가 오밀조밀 살아가고 있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봄이 가면 여름이, 가을이 오듯 아름다운 산하에서 지구촌 한 가족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더불어 살아가자.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49 시조 내 시詩는 -기름 한 방울 / 천숙녀 2 file 독도시인 2021.05.15 104
1648 시조 내 시詩는 -독도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5.11 123
1647 시조 내 시詩는 -바람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5.13 112
1646 시조 내 시詩는 -봄비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5.14 172
1645 시조 내 시詩는 -삶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5.10 114
1644 시조 내 시詩는 -아무도 모르지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5.07 112
1643 시조 내 시詩는 -여행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5.12 140
1642 시조 내 시詩는 -장미 한송이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5.17 136
1641 시조 내 시詩는 -파도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5.16 98
1640 시조 내 시詩는 -힘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5.08 80
1639 내가 나의 관객이 되어 하늘호수 2017.09.16 227
1638 내가 사랑시를 쓰는이유 박영숙영 2015.08.02 256
1637 내가 사랑하는 소리들 관리자 2004.07.24 546
1636 내가 세상의 문이다 강민경 2014.10.12 186
1635 내가 시를 쓰면서 살아갈 수 있게 해준 소녀가 있었습니다. 이승하 2006.04.17 672
1634 내가 지금 벌 받는걸까 강민경 2009.04.04 671
1633 내다심은 행운목 성백군 2014.03.15 276
1632 시조 내려놓기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4.29 127
1631 내비게이터 성백군 2013.06.26 110
1630 시조 내일來日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1.15 110
Board Pagination Prev 1 ...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