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26 18:24

40년 만의 사랑 고백

조회 수 213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40년 만의 사랑 고백 / 성백군
                                                                                              


한 시간 반이면 되는 산책길
다이아몬드 헤드를 한 바퀴 도는 데 세 시간 걸렸다
길가 오푼마켓에서 곁눈질하고
오다가다 스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일일이 간섭하고
쉼터에서 잠시 머물면서 새들이랑 새우깡 나눠 먹고
이제는,
빨리 간다고 남은 시간을 요긴하게 쓸 나이도 아니어서
길바닥을 한담으로 낙서하며 쉬엄쉬엄 걷는다

슬며시 바닷가 부자동네로 잡아끄는 아내의 손
집들이 궁전이다. 시쳇말로 로망이다
“하, 그 집들 참 멋지다.” 하다가
그만 내 입의 발음이 헛나간 것을 알고 “머저리다.” 하는데도
아내는 듣는 둥 마는 둥 아무 반응 없이
이 집 저 집 눈요기하기에 바쁘다

밉다, 저 집들
아무나 못 들어가게 담을 쳐 놓고 사는 사람들
아무나가 되어서 아내도 자식들도 아무나로 만들어버린
내가 더 밉고 미안해서
“그만 갑시다. 해 넘어가요.” 하는데, 아내는 꼼작 않는다.
살짝 뽀뽀하는데도
귀찮다고 역시 밀어내며 갈 생각을 하지 않는 아내
느닷없이 달려들어 진하게 키스를 하였더니 그때야
놀라서 앞뒤 돌아볼 새도 없이 줄행랑을 친다.

40년 동안 못한 사랑 고백
“사랑합니다” 란 말 대신에
길거리에서 키스 한 번 진하게 하였더니
그 고백 멋지다며
서녘 해가 산마루 넘다가 멈춰 서서 돌아보고
고개 숙인 집들이 처마를 버쩍 들고
지나가던 바람이 40년 열기 식히느라
부채질하다 보니 세 시간이나 걸리더란다.

              










  1. 4,29 폭동 20주년을 맞는 우리의 각오 정용진 시인

  2. No Image 26Jun
    by 성백군
    2013/06/26 by 성백군
    Views 213 

    40년 만의 사랑 고백

  3. 4B 연필로 또박또박

  4. 4월 꽃바람 / 성백군

  5. No Image 21Apr
    by 김우영
    2012/04/21 by 김우영
    Views 486 

    4월 23일 『세계 책의 날』에 『책』을 생각해보자!

  6. 4월, 꽃지랄 / 성백군

  7. 4월에 지는 꽃

  8. No Image 02Apr
    by 하늘호수
    2024/04/02 by 하늘호수
    in
    Views 53 

    4월에 지는 꽃 / 성백군

  9. 4월의 시-박목월

  10. No Image 28Mar
    by 유성룡
    2006/03/28 by 유성룡
    Views 223 

    4월의 하늘가

  11. 575 돌 한글날 / 천숙녀

  12. 5월 들길 / 성백군

  13. 5월, 마음의 문을 열다

  14. 5월에 피는 미스 김 라일락 (Lilac) / 필재 김원각

  15. 5월을 맞으며

  16. 5월의 기운

  17. No Image 27Jun
    by 김사빈
    2006/06/27 by 김사빈
    Views 511 

    6.25를 회상 하며

  18. 6월

  19. No Image 04Jun
    by 김우영
    2012/06/04 by 김우영
    Views 665 

    6월 3일(화)필리핀 마닐라 문화탐방 떠나는 김우영(작가) 김애경(성악가) 예술부부작가의 6가지 예늘빛깔 이야기

  20. 6월 바람 / 성백군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