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26 18:24

40년 만의 사랑 고백

조회 수 214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40년 만의 사랑 고백 / 성백군
                                                                                              


한 시간 반이면 되는 산책길
다이아몬드 헤드를 한 바퀴 도는 데 세 시간 걸렸다
길가 오푼마켓에서 곁눈질하고
오다가다 스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일일이 간섭하고
쉼터에서 잠시 머물면서 새들이랑 새우깡 나눠 먹고
이제는,
빨리 간다고 남은 시간을 요긴하게 쓸 나이도 아니어서
길바닥을 한담으로 낙서하며 쉬엄쉬엄 걷는다

슬며시 바닷가 부자동네로 잡아끄는 아내의 손
집들이 궁전이다. 시쳇말로 로망이다
“하, 그 집들 참 멋지다.” 하다가
그만 내 입의 발음이 헛나간 것을 알고 “머저리다.” 하는데도
아내는 듣는 둥 마는 둥 아무 반응 없이
이 집 저 집 눈요기하기에 바쁘다

밉다, 저 집들
아무나 못 들어가게 담을 쳐 놓고 사는 사람들
아무나가 되어서 아내도 자식들도 아무나로 만들어버린
내가 더 밉고 미안해서
“그만 갑시다. 해 넘어가요.” 하는데, 아내는 꼼작 않는다.
살짝 뽀뽀하는데도
귀찮다고 역시 밀어내며 갈 생각을 하지 않는 아내
느닷없이 달려들어 진하게 키스를 하였더니 그때야
놀라서 앞뒤 돌아볼 새도 없이 줄행랑을 친다.

40년 동안 못한 사랑 고백
“사랑합니다” 란 말 대신에
길거리에서 키스 한 번 진하게 하였더니
그 고백 멋지다며
서녘 해가 산마루 넘다가 멈춰 서서 돌아보고
고개 숙인 집들이 처마를 버쩍 들고
지나가던 바람이 40년 열기 식히느라
부채질하다 보니 세 시간이나 걸리더란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6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어디로 갈 것인가? 김우영 2011.10.01 653
125 지역 문예지에 실린 좋은 시를 찾아서 이승하 2005.11.11 655
124 ‘위대한 갯츠비(The Great Gatsby)’를 보고나서 김우영 2013.05.23 656
123 내가 지금 벌 받는걸까 강민경 2009.04.04 657
122 누가 뭐라해도 강민경 2009.07.07 658
121 밤에 쓰는 詩 박성춘 2009.09.21 658
120 내가 시를 쓰면서 살아갈 수 있게 해준 소녀가 있었습니다. 이승하 2006.04.17 660
119 하얀 산과 호수가 보이는 집에서… 이승욱 2014.03.26 662
118 매지호수의 연가 오영근 2009.04.25 665
117 6월 3일(화)필리핀 마닐라 문화탐방 떠나는 김우영(작가) 김애경(성악가) 예술부부작가의 6가지 예늘빛깔 이야기 김우영 2012.06.04 665
116 4월의 시-박목월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6.04.02 667
115 나의 탈고법 김우영 2009.04.04 672
114 어느 시인의 행적 유성룡 2009.09.17 672
113 내 삶의 향기 박영숙영 2010.12.13 674
112 일곱 권의 책을 추천합니다 이승하 2007.04.07 675
111 ,혼자 라는것 강민경 2009.05.26 678
110 이현실 수필집 /작품해설 / 김우영 2011.10.14 679
109 기타 김우영 김애경 부부작가 콘서트 김우영 2015.05.18 679
108 밤에 피는 꽃 서 량 2005.05.06 684
107 강한 어머니 박성춘 2009.12.09 692
Board Pagination Prev 1 ... 103 104 105 106 107 108 109 110 111 112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