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17 21:33

방파제 안 물고기

조회 수 298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방파제 안 물고기 / 성백군
                                                                                                


와이키키 비치 방파제 안 물에서
양손에 식빵을 들고
물속을 내려다보고 있는 한 중년 남자
입가에 둥근 웃음이 파문처럼 번지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작은 물고기들 몇몇 모여들어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재롱을 떠는데, 그놈들
어르기도 전에 수백 마리가 된다.
더러는 손바닥만 한 놈도 있지만 먹는 데는
큰놈 작은놈 체면이 없다. 금방 빈손이 된다. 저러다가
저 남자, 몸뚱이까지 다 뜯어먹히겠다 싶은데
살짝 손바닥으로 손안에 든 물고기 잡아
하늘로 들어 올렸다가 다시 놓아주며
좋아서 ‘하하’ 웃는다.

구경하며 관망하다가
느닷없이 내 입속에 도는 군침
생선회 맛에 길든 내 혓바닥이 흥건한데
생뚱맞게 이는
저 물고기들이 혹 우리의 아이들이 아닐까?
방정맞은 생각
용돈 안 준다고 젊은 자식이 늙은 부모를
팼다는 일전 T.V 뉴스가 떠올라
떼거리로 달려드는 저 물고기들이 무섭다

인제 그만 저 둑을 헐고
물고기들이 바다에 나가 제힘으로
먹이 사냥을 하도록 놓아주었으면 좋겠다
방파제 안에 갇혀 주는 것에만 길들어진 우리 아이들
어른들의 노리개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 사람 나보고
너도 한 번 해보라고 식빵까지 쥐여주며 끌어드리는데
안 한다고 고개를 흔들었더니
이상 하다며, 세상에 이런 재미있는 놀이가 없는데---,
저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47 어린날 이은상 2006.05.05 298
1746 수필 아침은 김사비나 2013.10.15 298
» 방파제 안 물고기 성백군 2013.10.17 298
1744 오월의 찬가 강민경 2015.05.29 298
1743 유튜브 박영숙영의 영상시 박영숙영 2020.01.10 298
1742 나의 변론 강민경 2018.02.13 297
1741 두 손을 마주하여 그리움을 만든다 백야/최광호 2005.09.15 296
1740 3.1절을 아는가 / 임영준 김연실 2006.02.27 296
1739 살아 갈만한 세상이 김사빈 2006.06.27 296
1738 - 술나라 김우영 2013.10.22 296
1737 수필 김우영 작가의 한국어 이야기 -18 김우영 2015.05.27 296
1736 수필 건망증과 단순성-김태수 미주문협관리자 2016.04.02 295
1735 4월에 지는 꽃 하늘호수 2016.04.29 295
1734 장대비 이월란 2008.03.15 294
1733 내 마음의 보석 상자 강민경 2008.04.22 294
1732 정원에 서있는 나무 강민경 2009.01.20 294
1731 수필 한류문학의 휴머니스트 김우영작가 후원회 모임 개최 김우영 2015.06.25 294
1730 첫경험 강민경 2006.04.08 293
1729 백화 savinakim 2014.05.13 293
1728 7월의 향기 강민경 2014.07.15 293
Board Pagination Prev 1 ...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