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24 20:51

노숙자

조회 수 23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노숙자 / 강민경

밤낮없이
와이키키 해변, 갓길 벤치에
앉고 더러는 누워
바람만 먹고도 슬금슬금 세를 이루는
노숙자들이 고구마 넝쿨 같다.
  
암실을 향해 뻗는 저 뿌리들의
세상에 나오지 않으려는 오기는
자루 속에 든 고구마 같아
이쪽에서 쫓으면 저쪽으로
저쪽에서 쫓으면 이쪽으로 돌며
단속반 경찰 아저씨와 밀고 당기는
실랑이
늦은 밤까지 지칠 줄 모른다

더욱, 가로등 불빛이 어둠을 벗기는 밤이면
죽죽 뻗어 나가는 저 많은 고구마 넝쿨들
다 걷어 내느라 목이 쉬도록 지쳐버린
경찰 아저씨들의 어깨는 신명 날만 한데 오히려
물먹은 솜방망이처럼 무겁기만 하다.

쫓겨난 노숙자들이 있던 그 자리에
정처 없이 떠도는 몇몇 옷가지들 비닐봉지들
망연자실하여
또 다른 노숙자가 되어
주인을 기다리는 것일까?
불어오는 바람결에 이리저리 돌아보며
한숨짓는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49 바닷가 금잔디 강민경 2015.11.28 234
1448 수필 김우영 작가의 한국어 이야기 - 9 김우영 2015.04.28 234
1447 희망 백야/최광호 2005.07.28 233
1446 4월의 하늘가 유성룡 2006.03.28 233
1445 얼씨구 / 임영준 뉴요커 2006.02.17 233
1444 님의 침묵 강민경 2008.09.23 233
1443 방파제 강민경 2014.07.08 233
1442 H2O / 성백군 하늘호수 2018.11.24 233
1441 그대와 함께 / 필재 김원각 泌縡 2020.01.24 233
1440 건투를 비네 1 유진왕 2021.07.17 233
1439 사랑한단 말 하기에 유성룡 2006.08.13 232
1438 당신이 빠져 나간 자리 김사빈 2007.06.10 232
1437 푸른 언어 이월란 2008.04.08 232
1436 고백 강민경 2008.11.21 232
1435 그 황홀한 낙원 김우영 2013.05.29 232
1434 단비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7.05 232
1433 빛의 공연 하늘호수 2015.11.30 232
1432 안개꽃 연정 강민경 2016.06.27 232
1431 작은 꽃 강민경 2017.11.26 232
1430 당신은 나의 꽃/강민경 강민경 2018.11.30 232
Board Pagination Prev 1 ...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