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24 20:51

노숙자

조회 수 22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노숙자 / 강민경

밤낮없이
와이키키 해변, 갓길 벤치에
앉고 더러는 누워
바람만 먹고도 슬금슬금 세를 이루는
노숙자들이 고구마 넝쿨 같다.
  
암실을 향해 뻗는 저 뿌리들의
세상에 나오지 않으려는 오기는
자루 속에 든 고구마 같아
이쪽에서 쫓으면 저쪽으로
저쪽에서 쫓으면 이쪽으로 돌며
단속반 경찰 아저씨와 밀고 당기는
실랑이
늦은 밤까지 지칠 줄 모른다

더욱, 가로등 불빛이 어둠을 벗기는 밤이면
죽죽 뻗어 나가는 저 많은 고구마 넝쿨들
다 걷어 내느라 목이 쉬도록 지쳐버린
경찰 아저씨들의 어깨는 신명 날만 한데 오히려
물먹은 솜방망이처럼 무겁기만 하다.

쫓겨난 노숙자들이 있던 그 자리에
정처 없이 떠도는 몇몇 옷가지들 비닐봉지들
망연자실하여
또 다른 노숙자가 되어
주인을 기다리는 것일까?
불어오는 바람결에 이리저리 돌아보며
한숨짓는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84 눈 안에 든 별 성백군 2009.07.31 877
683 눈 꽃, 사람 꽃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2.19 71
682 눈 감아라, 가로등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3.11 166
681 누전(漏電) 이월란 2008.03.23 151
680 누나 유성룡 2005.12.14 330
679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고백(4)- 작은나무 2019.04.27 155
678 누구를 닮았기에/강민경 강민경 2015.04.05 385
677 누가 뭐라해도 강민경 2009.07.07 658
676 누가 먼 발치에 배미순 2007.04.20 234
675 누가 너더러 1 file 유진왕 2021.08.15 49
674 뇌는 죄가 없다 - Brain is not guilty 박성춘 2010.11.21 754
673 시조 놓친 봄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4.27 69
672 노을처럼 허공을 휘감으리라 - 김원각 泌縡 2020.08.16 122
671 노을 이월란 2008.02.21 99
670 노시인 <1> 지희선 2007.03.11 173
669 노숙자의 봄 바다 강민경 2018.04.11 216
668 노숙자 성백군 2005.09.19 173
» 노숙자 강민경 2013.10.24 225
666 노벨문학상 유감 황숙진 2009.10.11 1073
665 노래하는 달팽이 강민경 2008.06.30 338
Board Pagination Prev 1 ... 75 76 77 78 79 80 81 82 83 84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