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승화(昇華) / 강민경
여름 장례식인가
풀벌레 밤새워 울더니만
나뭇잎들 혈기 꺾여 초록 내려놓고
온 산야에 불을 지르네
제 몸 태우며 발갛게 단풍드는데
나는 다 내려놓지 못해서
추억으로 절인 가슴이 서늘하고
가랑잎 사이 곡식 쪼아 먹은
새들의 다리는 통통 살을 찌우는데
무리 지어 원 그리는 고추잠자리
고추밭에 앉아 적요로 여문다
숲 속에 이는 바람에도 흔들림 없는
단단한 나를 받혀 세운다
높아가는 하늘이 감사로 열리는 축복의 날
해묵은 그리움을 걷어낸
가을 승화(昇華)에
희(喜) 노(怒) 애(哀) 락(樂)이 출렁인다
갈 때와 보낼 때를 아는
나뭇잎들,
스산한 속마음 행여 들킬까 전전긍긍은
크든 작든, 높고 낮은, 한마음 한뜻은
보낸 매미를 기억해 내고
귀뚜라미 소리 앞세워 겨울을 부른다
살진 열매의 가을에 나도 거둬들인다.
시
2013.11.02 07:47
가을의 승화(昇華)
조회 수 301 추천 수 0 댓글 0
-
바람을 붙들 줄 알아야
-
방파제 안 물고기
-
김우영 작가의 에세이/ 이 눔들이 대통령을 몰라보고
-
- 술나라
-
풍광
-
노숙자
-
김우영 작가의/ 주당 골초 호색한 처칠
-
코스모스유감 (有感)
-
시월애가(愛歌)
-
사랑하는 만큼 아픈 (부제:복숭아 먹다가)
-
가을의 승화(昇華)
-
밤송이 산실(産室)
-
물의 식욕
-
갓길 불청객
-
보름달이 되고 싶어요
-
낙엽단상
-
억세게 빡신 새
-
호박 꽃 속 꿀벌
-
단풍 한 잎, 한 잎
-
별은 구름을 싫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