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02 07:47

가을의 승화(昇華)

조회 수 27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을의 승화(昇華) / 강민경


여름 장례식인가
풀벌레 밤새워 울더니만
나뭇잎들 혈기 꺾여 초록 내려놓고
온 산야에 불을 지르네
제 몸 태우며 발갛게 단풍드는데

나는 다 내려놓지 못해서
추억으로 절인 가슴이 서늘하고
가랑잎 사이 곡식 쪼아 먹은
새들의 다리는 통통 살을 찌우는데
무리 지어 원 그리는 고추잠자리
고추밭에 앉아 적요로 여문다
숲 속에 이는 바람에도 흔들림 없는
단단한 나를 받혀 세운다

높아가는 하늘이 감사로 열리는 축복의 날
해묵은 그리움을 걷어낸
가을 승화(昇華)에
희(喜) 노(怒) 애(哀) 락(樂)이 출렁인다        

갈 때와 보낼 때를 아는
나뭇잎들,
스산한 속마음 행여 들킬까 전전긍긍은
크든 작든, 높고 낮은, 한마음 한뜻은
보낸 매미를 기억해 내고
귀뚜라미 소리 앞세워 겨울을 부른다
살진 열매의 가을에 나도 거둬들인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07 비와 외로움 강민경 2018.12.22 270
606 인연이란 김사빈 2012.03.04 272
605 지는 꽃잎들이 강민경 2016.03.26 272
604 신아(新芽)퇴고 유성룡 2006.03.03 273
603 겨울 바람과 가랑비 강민경 2006.01.13 275
» 가을의 승화(昇華) 강민경 2013.11.02 275
601 나 팔 꽃 천일칠 2004.12.30 276
600 물의 식욕 성백군 2013.11.03 276
599 봄 볕 천일칠 2005.01.31 277
598 날지못한 새는 울지도 못한다 강민경 2008.10.12 277
597 일 분 전 새벽 세시 박성춘 2009.01.24 277
596 수필 감사 조건 savinakim 2013.12.25 277
595 담쟁이에 길을 묻다 성백군 2014.12.30 277
594 수필 세상의 반(半)이 ‘수그리’고 산다? son,yongsang 2016.02.14 277
593 얌체 기도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9.12 277
592 펩씨와 도토리 김사빈 2005.10.18 278
591 헬로윈 (Halloween) 박성춘 2011.11.02 278
590 선잠 깬 날씨 강민경 2013.02.13 278
589 수필 Here Comes South Korea / 달리기 수필 박영숙영 2016.04.29 278
588 그 살과 피 채영선 2017.10.10 278
Board Pagination Prev 1 ... 79 80 81 82 83 84 85 86 87 88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