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승화(昇華) / 강민경
여름 장례식인가
풀벌레 밤새워 울더니만
나뭇잎들 혈기 꺾여 초록 내려놓고
온 산야에 불을 지르네
제 몸 태우며 발갛게 단풍드는데
나는 다 내려놓지 못해서
추억으로 절인 가슴이 서늘하고
가랑잎 사이 곡식 쪼아 먹은
새들의 다리는 통통 살을 찌우는데
무리 지어 원 그리는 고추잠자리
고추밭에 앉아 적요로 여문다
숲 속에 이는 바람에도 흔들림 없는
단단한 나를 받혀 세운다
높아가는 하늘이 감사로 열리는 축복의 날
해묵은 그리움을 걷어낸
가을 승화(昇華)에
희(喜) 노(怒) 애(哀) 락(樂)이 출렁인다
갈 때와 보낼 때를 아는
나뭇잎들,
스산한 속마음 행여 들킬까 전전긍긍은
크든 작든, 높고 낮은, 한마음 한뜻은
보낸 매미를 기억해 내고
귀뚜라미 소리 앞세워 겨울을 부른다
살진 열매의 가을에 나도 거둬들인다.
시
2013.11.02 07:47
가을의 승화(昇華)
조회 수 275 추천 수 0 댓글 0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846 | 등라(藤蘿) | 이월란 | 2008.02.16 | 237 | |
845 | 시 | 등대의 사랑 | 하늘호수 | 2016.05.14 | 191 |
844 | 시 | 등대 사랑 | 강민경 | 2018.05.29 | 179 |
843 | 시조 | 등나무 꽃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06.18 | 62 |
842 | 시조 | 등나무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01.31 | 158 |
841 | 시조 | 등나무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05.30 | 62 |
840 | 시조 | 등燈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06.20 | 47 |
839 | 시 | 듬벙 관람요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1.10 | 505 |
838 | 시조 | 들풀 . 2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03.22 | 57 |
837 | 시조 | 들풀 . 1 / 천숙녀 1 | 독도시인 | 2021.03.21 | 226 |
836 | 시 | 들꽃 선생님 | 하늘호수 | 2016.09.07 | 217 |
835 | 들꽃 | 곽상희 | 2007.09.08 | 236 | |
834 | 시 | 들길을 걷다 보면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4.01.02 | 32 |
833 | 들국화 | 강민경 | 2007.12.29 | 188 | |
832 | 시 | 듣고 보니 갠찮다 | 강민경 | 2019.04.10 | 219 |
831 | 시 | 드레스 폼 / 성백군 2 | 하늘호수 | 2021.11.16 | 156 |
830 | 시조 | 뒷모습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06.26 | 154 |
829 | 시조 | 뒤안길 / 천숙녀 1 | 독도시인 | 2021.02.18 | 71 |
828 | 시 | 둘만을 위한 하루를 살자꾸나! / 김원각 | 泌縡 | 2020.06.03 | 104 |
827 | 시조 | 두엄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03.27 | 16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