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02 07:47

가을의 승화(昇華)

조회 수 29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을의 승화(昇華) / 강민경


여름 장례식인가
풀벌레 밤새워 울더니만
나뭇잎들 혈기 꺾여 초록 내려놓고
온 산야에 불을 지르네
제 몸 태우며 발갛게 단풍드는데

나는 다 내려놓지 못해서
추억으로 절인 가슴이 서늘하고
가랑잎 사이 곡식 쪼아 먹은
새들의 다리는 통통 살을 찌우는데
무리 지어 원 그리는 고추잠자리
고추밭에 앉아 적요로 여문다
숲 속에 이는 바람에도 흔들림 없는
단단한 나를 받혀 세운다

높아가는 하늘이 감사로 열리는 축복의 날
해묵은 그리움을 걷어낸
가을 승화(昇華)에
희(喜) 노(怒) 애(哀) 락(樂)이 출렁인다        

갈 때와 보낼 때를 아는
나뭇잎들,
스산한 속마음 행여 들킬까 전전긍긍은
크든 작든, 높고 낮은, 한마음 한뜻은
보낸 매미를 기억해 내고
귀뚜라미 소리 앞세워 겨울을 부른다
살진 열매의 가을에 나도 거둬들인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49 낙엽 한 잎 성백군 2014.01.24 210
848 나무 요양원 강민경 2014.01.23 339
847 담 안의 사과 강민경 2014.01.17 266
846 등외품 성백군 2014.01.06 216
845 초승달이 바다 위에 강민경 2014.01.04 413
844 겨울나무의 추도예배 성백군 2014.01.03 365
843 장미에 대한 연정 강민경 2013.12.26 558
842 2014년 갑오년(甲午年) 새해 아침에 이일영 2013.12.26 307
841 수필 감사 조건 savinakim 2013.12.25 299
840 별은 구름을 싫어한다 강민경 2013.12.03 281
839 단풍 한 잎, 한 잎 강민경 2013.11.23 278
838 아동문학 호박 꽃 속 꿀벌 savinakim 2013.11.22 397
837 억세게 빡신 새 성백군 2013.11.21 218
836 낙엽단상 성백군 2013.11.21 177
835 보름달이 되고 싶어요 강민경 2013.11.17 217
834 갓길 불청객 강민경 2013.11.07 249
833 물의 식욕 성백군 2013.11.03 289
832 밤송이 산실(産室) 성백군 2013.11.03 253
» 가을의 승화(昇華) 강민경 2013.11.02 291
830 사랑하는 만큼 아픈 (부제:복숭아 먹다가) 윤혜석 2013.11.01 410
Board Pagination Prev 1 ... 67 68 69 70 71 72 73 74 75 76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