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승화(昇華) / 강민경
여름 장례식인가
풀벌레 밤새워 울더니만
나뭇잎들 혈기 꺾여 초록 내려놓고
온 산야에 불을 지르네
제 몸 태우며 발갛게 단풍드는데
나는 다 내려놓지 못해서
추억으로 절인 가슴이 서늘하고
가랑잎 사이 곡식 쪼아 먹은
새들의 다리는 통통 살을 찌우는데
무리 지어 원 그리는 고추잠자리
고추밭에 앉아 적요로 여문다
숲 속에 이는 바람에도 흔들림 없는
단단한 나를 받혀 세운다
높아가는 하늘이 감사로 열리는 축복의 날
해묵은 그리움을 걷어낸
가을 승화(昇華)에
희(喜) 노(怒) 애(哀) 락(樂)이 출렁인다
갈 때와 보낼 때를 아는
나뭇잎들,
스산한 속마음 행여 들킬까 전전긍긍은
크든 작든, 높고 낮은, 한마음 한뜻은
보낸 매미를 기억해 내고
귀뚜라미 소리 앞세워 겨울을 부른다
살진 열매의 가을에 나도 거둬들인다.
시
2013.11.02 07:47
가을의 승화(昇華)
조회 수 291 추천 수 0 댓글 0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269 | 시 | 희망을 품어야 싹을 틔운다 | 강민경 | 2016.10.11 | 248 |
2268 | 희망은 있다 | 강민경 | 2012.12.26 | 174 | |
2267 | 시조 |
희망希望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1.11.11 | 130 |
2266 | 시조 |
희망希望
![]() |
독도시인 | 2024.02.19 | 96 |
2265 | 희망 전상서 2 | 김화영 | 2007.09.24 | 219 | |
2264 | 시 | 희망 고문 / 성백군 4 | 하늘호수 | 2021.08.10 | 141 |
2263 | 희망 | 백야/최광호 | 2005.07.28 | 233 | |
2262 | 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노라 | 김우영 | 2013.05.15 | 264 | |
2261 | 흙으로 사람을 - out of earth | 박성춘 | 2011.03.23 | 581 | |
2260 | 시 | 흙, 당신이 되고 싶습니다 | 강민경 | 2015.10.17 | 250 |
2259 | 흔들리는 집 2 | 이월란 | 2008.04.25 | 365 | |
2258 | 흔들리는 집 | 이월란 | 2008.03.06 | 205 | |
2257 | 흔들리는 것들은 아름답다 | 황숙진 | 2008.07.02 | 446 | |
2256 | 시조 |
흑백사진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1.05.05 | 303 |
2255 | 휴양지 | 김우영 | 2012.05.16 | 123 | |
2254 | 시조 |
훌쩍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2.01.22 | 151 |
2253 | 후곡리 풍경 | 손홍집 | 2006.04.09 | 378 | |
2252 | 시조 |
회원懷願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1.07.03 | 130 |
2251 | 회상 | 강민경 | 2005.09.05 | 302 | |
2250 | 시 | 회귀(回歸) | 성백군 | 2014.03.25 | 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