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21 16:17

억세게 빡신 새

조회 수 21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억세게 빡신 새 / 성백군
                                                                                              

산기슭 개울가 잡초들 틈에 끼어
고개 숙인 억새꽃 본다
봄 여름이 산자락 지날 때는 거기 있는 줄도 몰랐었는데
이제, 가을이라
제 모습 드러내며 삶을 묵상하는 것일까?
실바람에도 꺼덕꺼덕 생각이 깊다

잘살아보겠다고
바람 따라 흐르다가 물을 찾아 헤매다가 지쳐서
무턱대고 주저앉은 삶
그 자리가 살 곳인지 죽을 곳인지도 모르면서
잡초들 속에 섞여 잡초 잡아먹는 잡것이 되어
억세게 살다 보니 억새라고 불어더란다.
조상님들의 유전자가 붙여준 이름, 억세게 빡신 새

하늘만 바라보며 살았지
맨몸으로 이민 와서 삼십 년 넘게, 계단도 없는 삶
잠시도 쉴 새 없이 언덕을 기어오르다 보니,
자식들 결혼하여 분가하고 손주들 몇 안아보고
이제는 홀가분한 삶, 어느새 훌쩍 커서
머리에 은빛 면류관 서넛 쓰고 주위를 굽어보는데
아직은, 키만 컸지 보면 볼수록 허허로운 세상 벌판
아무도 없고 나만 있다.

억새다
산기슭 돌아가는 저녁 해거름,
가을 노을에 붉게 젖어 하얗게 식어가는 저
백발 머리에 손을 대본다.
드디어 홀씨를 하늘로 날려 보내노니
너 혼자가 아니라고
내년 이맘때는 여럿 생길 것이고
내명년 후에는 억새밭이 될 것이라며
나를 위로해 본다


                    


  1. 바람을 붙들 줄 알아야

    Date2013.10.17 Category By강민경 Views336
    Read More
  2. 방파제 안 물고기

    Date2013.10.17 Category By성백군 Views314
    Read More
  3. 김우영 작가의 에세이/ 이 눔들이 대통령을 몰라보고

    Date2013.10.20 Category수필 By김우영 Views556
    Read More
  4. - 술나라

    Date2013.10.22 Category By김우영 Views308
    Read More
  5. 풍광

    Date2013.10.24 Category Bysavinakim Views188
    Read More
  6. 노숙자

    Date2013.10.24 Category By강민경 Views235
    Read More
  7. 김우영 작가의/ 주당 골초 호색한 처칠

    Date2013.10.27 Category수필 By김우영 Views786
    Read More
  8. 코스모스유감 (有感)

    Date2013.11.01 Category수필 By윤혜석 Views292
    Read More
  9. 시월애가(愛歌)

    Date2013.11.01 Category By윤혜석 Views151
    Read More
  10. 사랑하는 만큼 아픈 (부제:복숭아 먹다가)

    Date2013.11.01 Category By윤혜석 Views407
    Read More
  11. 가을의 승화(昇華)

    Date2013.11.02 Category By강민경 Views287
    Read More
  12. 밤송이 산실(産室)

    Date2013.11.03 Category By성백군 Views251
    Read More
  13. 물의 식욕

    Date2013.11.03 Category By성백군 Views289
    Read More
  14. 갓길 불청객

    Date2013.11.07 Category By강민경 Views246
    Read More
  15. 보름달이 되고 싶어요

    Date2013.11.17 Category By강민경 Views215
    Read More
  16. 낙엽단상

    Date2013.11.21 Category By성백군 Views176
    Read More
  17. 억세게 빡신 새

    Date2013.11.21 Category By성백군 Views217
    Read More
  18. 호박 꽃 속 꿀벌

    Date2013.11.22 Category아동문학 Bysavinakim Views395
    Read More
  19. 단풍 한 잎, 한 잎

    Date2013.11.23 Category By강민경 Views277
    Read More
  20. 별은 구름을 싫어한다

    Date2013.12.03 Category By강민경 Views28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