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03 15:04

겨울나무의 추도예배

조회 수 36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겨울나무의 추도예배 / 성백군
                                                                                      


북가주 길거리에는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습니다
바람 불면 떼 지어 몰려다니며 웅성거리고
밟으면 바스락거리며 일어서 보지만
나무에서 떨어지면서 이미 죽은 목숨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싱싱했던 초년의 초록도
고왔던 노년의 단풍도, 한때,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고
남은 건 헐벗은 까만 몸뚱이뿐
항복인지 항거인지 나무는 앙상한 가지를
하늘로 치켜들고 동장군 앞에 섰습니다
봄, 여름, 가을을 지나오면서    
열심히 살았다는 자부심도
겨울 앞에 서 보니 다 헛산 삶 같아서      
한해의 몇 안 남은 날 붙잡고 회한에 젖습니다
성공한 일, 실패한 일, 화려한 것, 구질구질한 것들 모두
때가 되면 저절로 지나가고 말 것을,
지나가면 그만인 것들에게 왜 그리 집착했는지
후회해 보지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일인 줄 알지만
그대로 지나치기에는
주름지고 서리 내리도록 수고한 몸에게 너무 미안해
늦깎이 철든 아이의 개똥 철학처럼
적당한 이유를 가져다 붙이며 회계하는
내 마음을 읽었는지
가랑잎이 부딪히며 내는 소리를
찬양하는 박수소리로 새겨듣는 착한 겨울나무가
마지막 잎사귀 몇 붙잡고 추도예배를 드립니다
찬바람에도 연신 고개를 끄덕거리며
빨갛게 익어가든 단풍 한 잎, 더디어 은혜를 알았는지
동짓달 지는 해를 빨아들이며
이제는 바람 불지 않아도 감사하다며
시나브로 떨어집니다. 떨어져 편안히 쌓입니다

        570 - 12132013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68 당뇨병 강민경 2016.05.12 113
1867 빗방울에도 생각이 있어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6.02 113
1866 시조 내 시詩는 -삶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5.10 113
1865 시조 안개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4.13 113
1864 시조 공空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6.24 113
1863 시조 독도獨島 칙령의 날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0.24 113
1862 시조 메타버스 독도랜드 (Metabus DokdoLand)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2.27 113
1861 시조 삼월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2.28 113
1860 다시 돌아온 새 강민경 2015.09.26 114
1859 빛의 일기 강민경 2018.11.15 114
1858 하와이 등대 강민경 2019.11.22 114
1857 세상사 강민경 2020.01.01 114
1856 영원한 꽃이니까요! / 김원각 泌縡 2020.09.07 114
1855 늦깎이 1 유진왕 2021.07.29 114
1854 시조 오늘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0.18 114
1853 시조 거울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2.02 114
1852 봄을 심었다 김사빈 2008.02.20 115
1851 心惱 유성룡 2008.02.22 115
1850 별리동네 이월란 2008.03.16 115
1849 공존이란?/강민경 강민경 2018.08.25 115
Board Pagination Prev 1 ...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