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06 19:26

등외품

조회 수 207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등외품 / 성백군
                                                                                  


금 간 사과, 벌레 먹은 복숭아,
기미낀 배, 주근깨 범벅인 오렌지,
가을볕에 화상을 입은 먹 감들이
마켓 바닥 한구석 광주리에
세일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들어있다.
다 상한 것들이라서
세간의 주목에서 밀려나
돈 많은 사람 성한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가난한 사람 상처 입은 사람의 눈에만 들어오는 것
비록, 진열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저들의 삶이 하잖은 것은 아니다.
알만한 사람은 안다
농사를 지어본 사람은 다 안다
새도 알고 벌레도 알고 단 것만 쪼아먹고 파먹는다
익을 대로 익어서 더는 못 견디고 떨어져 깨졌으니 얼마나 맛있겠나 마는
돈 되는 것 겉모양만 좋아하는 사람들의 가치관에 치이고 밀려나
싸구려 취급을 받는다고, 버려져 썩어간다고
광주리에 담긴 몇 개, 시큼한 냄새를 풍긴다.
사람도 냄새를 풍긴다
홀아비 냄새 홀어미 냄새
이마엔 주름살 늘어나고 눈꺼풀 처지고 이빨 몇 빠지고
귀먹고 눈 어두우면 노인 냄새가 난다
등외품들이 모여드는 곳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인고의 냄새가 난다. 그 냄새 맡을 줄 아는 사람 역시
등외품이다
등외품 과일이 등외품 사람을 쳐다보는 눈길이
따뜻하다.

   *시마을 작가회 2013년 11월의 詩 선정작
                 563 - 11022013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27 얼룩의 소리 강민경 2014.11.10 302
926 수필 김우영 작가의 (문화산책]물길 막는 낙엽은 되지 말아야 김우영 2014.11.09 576
925 10월의 제단(祭檀) 성백군 2014.11.07 182
924 숙면(熟眠) 강민경 2014.11.04 170
923 가을비 성백군 2014.10.24 175
922 군밤에서 싹이 났다고 강민경 2014.10.17 309
921 내가 세상의 문이다 강민경 2014.10.12 172
920 가을 밤송이 성백군 2014.10.10 315
919 그늘의 탈출 강민경 2014.10.04 204
918 비굴이라 말하지 말라 성백군 2014.10.01 179
917 바람의 독도법 강민경 2014.09.27 142
916 종신(終身) 성백군 2014.09.22 248
915 시간은 내 연인 강민경 2014.09.14 188
914 얼룩의 초상(肖像) 성백군 2014.09.11 195
913 끝없는 사랑 강민경 2014.09.01 301
912 유쾌한 웃음 성백군 2014.08.31 150
911 한낮의 정사 성백군 2014.08.24 348
910 외로운 가로등 강민경 2014.08.23 442
909 그리움이 쌓여 file dong heung bae 2014.08.22 231
908 8월은 성백군 2014.08.11 147
Board Pagination Prev 1 ... 63 64 65 66 67 68 69 70 71 72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