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요양원 / 강민경
그 많은 살점을
피눈물로 떼어냈으니
몇 안 남은 잎에 집착함은 당연한 일
금방이라도 떠나고 말 것 같이
분, 초를 다투는 환자들을 돌보느라
피땀 쏟는 가을 나무는
회생을 기도하는 사람들의 요양원입니다
손발이 천 개여도 모자란다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자기를 바친
의사의 치료도 역부족
한 잎 두 잎, 한 사람 두 사람
가까이서 멀리서
가족들이, 동무들이,
날카로운 겨울바람에 찔리지 않으려고
죽을힘 쏟는 그 진동은 겉이 멀쩡해 보이는
나에게도 끝없는
압박,
가슴 파먹는 으스스한 냉기 거둬내지 못해
안달인 발걸음걸음 사이에 어느새 감춰둔
싹 눈의 명확한 해빙은,
새순 짙은 숲에 혈을 이어온 나뭇잎
새로운 봄만이
나무 요양원입니다.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827 | 새 출발 | 유성룡 | 2006.04.08 | 329 | |
1826 | 낡은 재봉틀 | 성백군 | 2006.05.15 | 329 | |
1825 | 송어를 낚다 | 이은상 | 2006.07.19 | 329 | |
1824 | 기타 | 씨줄과 날줄/펌글/박영숙영 | 박영숙영 | 2020.12.13 | 329 |
1823 | 시 | 무 덤 / 헤속목 | 헤속목 | 2021.05.03 | 329 |
1822 | 조금 엉뚱한 새해 선물 | 이승하 | 2005.12.31 | 328 | |
1821 | 詩똥 | 이월란 | 2008.03.09 | 328 | |
1820 | 어머니의 마당 | 성백군 | 2005.08.12 | 327 | |
1819 | 시 | 길 위에서, 사색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5.06.13 | 327 |
1818 | 시 | 바람을 붙들 줄 알아야 | 강민경 | 2013.10.17 | 326 |
1817 | 수필 | 아이오와에서 온 편지 | 채영선 | 2016.11.23 | 326 |
1816 | 시 | 멸치를 볶다가 | 하늘호수 | 2016.10.10 | 325 |
1815 | 시 | 유실물 센터 | 강민경 | 2015.07.24 | 325 |
1814 | 아침이면 전화를 건다 | 김사빈 | 2005.04.02 | 324 | |
1813 | 해는 달을 따라 돈다 | JamesAhn | 2007.08.25 | 324 | |
1812 | 그림자의 비애 | 성백군 | 2011.10.17 | 324 | |
1811 | 시 | 어느새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12.30 | 324 |
1810 | 시 | 겨울 홍시 | 강민경 | 2014.02.08 | 323 |
1809 | 시 | 그리움 | 강민경 | 2019.04.26 | 323 |
1808 | 방전 | 유성룡 | 2006.03.05 | 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