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15 19:10

오디 상자 앞에서

조회 수 38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오디 상자 앞에서/강민경



슈퍼에 갔다가
좌판 위에 놓인
검은 오디 상자 앞에서
나는 영락없는 옛사람이다

주둥이 까맣게 물들이며
네 것, 내 것, 구별 없이 질리도록
나눠 먹던 생각에 군침이 돌아
쉽게, 작은 오디 상자를 들었다가
높은 가격표에 밀려 손힘이 풀리고
가난했지만 서로 배려하던
풋풋하고 따끈따끈하던
옛 인심만으로 허기를 채운다

흔해서 하찮게 여기던 것들이
때를 만나 이리 귀한 대접을 받는데
하물며, 사람 목숨은 왜 자꾸
내리막길을 구르는 돌 취급을 받는지!

세월호 사건의 참담한 현실 앞에서
네 탓, 내 탓만 찾다가
제 뱃속 썩는 냄새에 붙들려
하늘 찔러대는 한 숨소리에 닫힌 귀
내가 먼저 본이 되지 못하였으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오늘에야 겨우, 슈퍼 좌판 위 자리한
작은 오디 한알 한알에 새겨진 귀중함을 본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06 석양빛 강민경 2017.07.22 153
905 섞여 화단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7.12 128
904 시조 선線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4.24 85
903 수필 선물 채영선 2016.11.13 386
902 선악과는 도대체 무엇인가? 박성춘 2012.02.21 237
901 선인장에 새긴 연서 성백군 2009.01.09 346
900 선잠 깬 날씨 강민경 2013.02.13 277
899 설국(雪國) 하늘호수 2016.01.10 226
898 시조 설날 아침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2.01 105
897 설산을 안고 앵두 빛 동심을 찾다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06.25 245
896 설중매(雪中梅) 성백군 2014.03.15 191
895 유성룡 2008.02.26 414
894 시조 성에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2.24 119
893 성질을 팝니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6.22 88
892 성탄 축하 선물 이승하 2005.12.21 268
891 세 쌍둥이 難産, 보람으로 이룬 한 해! 김우영 2011.12.21 340
890 수필 세계 한글작가대회ㅡ언어와 문자의 중요성ㅡ 박영숙영 2015.10.31 229
889 세계에 핀꽃 강민경 2006.03.18 192
888 기타 세계에서 한국어가 제일 좋아요 김우영 2014.05.19 553
887 세계의 명 연설을 찾아서 이승하 2004.08.30 620
Board Pagination Prev 1 ... 64 65 66 67 68 69 70 71 72 73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