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24 19:42

오디

조회 수 24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오디 / 성백군
                                                                  

오디구나!
낯익고 반가워서 다가가다가
한 상자에, 고가의 가격표 보고 멈춰 선다.

옛, 누에치기가 주 생산인
내 고향 상주 농가에서는 여느 집 밭마다 지천이라
손가락이 물들고 혓바늘이 돋도록 공으로 따 먹어도
누구 하나 말리는 사람 없고
돈 되는 것 아니라고 괄시를 받았는데

오늘은
미(美) 대형슈퍼마켓 카스코 진열대에 버젓이 앉아
거드름을 피운다
‘자네 처지로는 가당키나 하겠느냐’며
애써 외면하는 것이 밉살스러워
비상금 헐어 확, 하려는데
어느새 아내 눈치채고 ‘당신 먹고 싶어’ 한다
‘아니, 저것 먹으면 똥이 까매져’ 하며 돌아서는데
어째 좀 서글퍼진다.

그동안
너는 고가의 진열대에 올랐는데
나는 여전히 싼 것만 찾아다니고
너는 가만히 있어도 형편이 좋아졌는데
나는 죽도록 뛰었는데도 물가도 따라잡지 못했으니
태생이 너는 자연산이라 그렇고
나는 인공산인 사람이라 그런가
사람 가치가 돈으로 계산되는 시대로 변해버린 세상
보고 싶지 않아 까만 똥으로 새까맣게 칠하려는데
오디값이 비싸 그 짓도 못하고

괜히 무심한 오디에 화풀이하다가
내 속도 겉도 너처럼 까맣게 타지는 않을지
타더라도 너처럼 언젠가는 돈 없는 사람들도
대접받으며 사는 사람 중심의 세상이 오면 좋으련만

     608 – 06152014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65 옥양목과 어머니 / 김 원 각 泌縡 2020.05.09 214
1664 시조 옥수수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0.30 61
1663 시조 오후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4.25 86
1662 오해 하늘호수 2017.10.12 315
1661 오월의 찬가 강민경 2015.05.29 298
1660 오월의 아카사아 성백군 2014.06.08 314
1659 오월-임보 오연희 2016.05.01 291
1658 오월,-아낙과 선머슴 / 성백군 하늘호수 2021.06.03 85
1657 시조 오월 콘서트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6.05 78
1656 오월 꽃바람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6.01 131
1655 오월 하늘호수 2017.05.09 132
1654 오리가 뜨는 물 수제비 성백군 2012.04.22 345
1653 오래 앉으소서 박동일 2006.05.11 431
1652 오래 생각하는 이순신 서 량 2005.11.14 243
1651 오디 상자 앞에서 강민경 2014.06.15 384
» 오디 성백군 2014.07.24 241
1649 오늘은 묻지 않고 듣기만 하리 전재욱 2004.11.30 475
1648 오늘은 건너야 할 강 윤혜석 2013.06.27 263
1647 시조 오늘도 나는 / 천숙녀 독도시인 2021.06.19 89
1646 시조 오늘도 독도시인 2024.03.10 33
Board Pagination Prev 1 ...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