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24 19:42

오디

조회 수 25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오디 / 성백군
                                                                  

오디구나!
낯익고 반가워서 다가가다가
한 상자에, 고가의 가격표 보고 멈춰 선다.

옛, 누에치기가 주 생산인
내 고향 상주 농가에서는 여느 집 밭마다 지천이라
손가락이 물들고 혓바늘이 돋도록 공으로 따 먹어도
누구 하나 말리는 사람 없고
돈 되는 것 아니라고 괄시를 받았는데

오늘은
미(美) 대형슈퍼마켓 카스코 진열대에 버젓이 앉아
거드름을 피운다
‘자네 처지로는 가당키나 하겠느냐’며
애써 외면하는 것이 밉살스러워
비상금 헐어 확, 하려는데
어느새 아내 눈치채고 ‘당신 먹고 싶어’ 한다
‘아니, 저것 먹으면 똥이 까매져’ 하며 돌아서는데
어째 좀 서글퍼진다.

그동안
너는 고가의 진열대에 올랐는데
나는 여전히 싼 것만 찾아다니고
너는 가만히 있어도 형편이 좋아졌는데
나는 죽도록 뛰었는데도 물가도 따라잡지 못했으니
태생이 너는 자연산이라 그렇고
나는 인공산인 사람이라 그런가
사람 가치가 돈으로 계산되는 시대로 변해버린 세상
보고 싶지 않아 까만 똥으로 새까맣게 칠하려는데
오디값이 비싸 그 짓도 못하고

괜히 무심한 오디에 화풀이하다가
내 속도 겉도 너처럼 까맣게 타지는 않을지
타더라도 너처럼 언젠가는 돈 없는 사람들도
대접받으며 사는 사람 중심의 세상이 오면 좋으련만

     608 – 06152014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09 수필 메아리 file 작은나무 2019.02.21 221
908 멈출 줄 알면 강민경 2015.09.06 158
907 멀리 있어 닿을 수 없어도 유성룡 2007.06.17 249
906 먼지 털어내기 file 윤혜석 2013.06.21 254
905 먼저와 기다리고 있네! - 김원각 1 泌縡 2020.04.01 151
904 먼저 와 있네 1 유진왕 2021.07.21 72
903 시조 먼저 눕고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4.26 94
902 시조 먼-그리움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1.23 122
901 시조 먼 그대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3.25 196
900 시조 맨발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4.06 137
899 맥주 박성춘 2010.10.01 809
898 매지호수의 연가 오영근 2009.04.25 673
897 매실차 1 유진왕 2021.07.20 149
896 망할 놈의 성질머리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2.01.25 123
895 망부석 이월란 2008.03.19 154
894 맛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1 유진왕 2021.07.28 103
893 맛 없는 말 강민경 2014.06.26 197
892 시조 말의 맛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3.29 118
891 시조 말씀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4.02 205
890 시조 말리고 싶다, 발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1.25 81
Board Pagination Prev 1 ... 64 65 66 67 68 69 70 71 72 73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