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보면/강민경
방파제를 뛰어넘겠다는 일념에
밤낮, 수만 번씩이라도
제 몸 바숴 내리면서 기꺼운
너의 그 줄기찬 고집 꺾지 못하는
파도, 너를 보면
흰 머리칼에 검은 염색물 들이대며
못다 푼 청춘의 속병이
지글지글 끓이는 너 닮은 나를 듣는다
푸르던 날 머뭇거리다 놓쳐버린
세월에 괸 희망의 빛 쪼가리 못 잊고
깊은 우물물 길어 올리듯 공들이는
미래를 알지 못해
묻고 또 물어도 답이 없는데
단숨에 ‘산’ 이라도 옮길 것 같이
커다랗게 출렁이다가, 불시에 삭아
거품을 물고 나가떨어지는
나 아닌, 내가, 날이면 날마다
파도를 따라가는 애 끓임일 뿐
사람으로 살기 위해
눈 맞는 돌멩이처럼 오래 견디며
내가 지워질 그 날 그 순간까지
영원히 존재할 끝자락 비밀스러운
숙제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지
어떤 이는 마음을 비우는 일이라고 했는데
앞을 향해 나는 저 새들은 마음을 비웠을까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742 | 날지못한 새는 울지도 못한다 | 강민경 | 2008.10.12 | 286 | |
1741 | 버팀목과 호박넝쿨 | 성백군 | 2008.10.21 | 203 | |
1740 | 과수(果樹)의 아픔 | 성백군 | 2008.10.21 | 216 | |
1739 | 갈치를 구우며 | 황숙진 | 2008.11.01 | 490 | |
1738 | 언어의 그림 그리기와 시의 생동성에 대하여 (1) | 박영호 | 2008.11.12 | 569 | |
1737 | 언어의 그림 그릭기와 시의 생동성에 대하여 (2) | 박영호 | 2008.11.12 | 641 | |
1736 | 저, 억새들이 | 성백군 | 2008.11.20 | 155 | |
1735 | 고백 | 강민경 | 2008.11.21 | 237 | |
1734 | 그리운 타인 | 백남규 | 2008.12.10 | 104 | |
1733 | 배꼽시계 | 강민경 | 2008.12.20 | 367 | |
1732 | 그대 가슴에 | 강민경 | 2009.01.06 | 222 | |
1731 | 선인장에 새긴 연서 | 성백군 | 2009.01.09 | 353 | |
1730 | 정원에 서있는 나무 | 강민경 | 2009.01.20 | 299 | |
1729 | 개펄 풍경 | 성백군 | 2009.01.22 | 87 | |
1728 | 가장 먼 곳의 지름길 | 박성춘 | 2009.01.22 | 204 | |
1727 | 일 분 전 새벽 세시 | 박성춘 | 2009.01.24 | 281 | |
1726 | 열쇠 | 백남규 | 2009.01.28 | 87 | |
1725 | 태양이 떠 오를때 | 강민경 | 2009.01.31 | 271 | |
1724 | 가르마 | 성백군 | 2009.02.07 | 390 | |
1723 | 생명책 속에 | 박성춘 | 2009.02.07 | 3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