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24 06:37

한낮의 정사

조회 수 34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한낮의 정사 / 성백군


좀 참지, 한낮인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급했나 봐
검은 구름이 장대 같은 빗줄기를 내리꽂는다

숨 막히도록 열기를 뿜어내면서
젖어 드는 대지(大地)를 보다보다 노한 하늘이 마침내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고래고래 천둥을 치는데
섬광이 번쩍인다. 질투의 화신이다.
바람[風]으로 초목(草木)를 움켜잡고
발길로 차고
주먹질로 산과 들판을 마구잡이로 두들겨 팬다

대지(大地)의 서방질이다
그게 팬다고 그만둘 일이던가
바람이란 본래 한번 시작하면
물이 나오고, 몸이 젖고, 주변을 적시고, 홍수가 나고,
끝내 살림살이 박살 내고 패가망신해야만 끝나는 것인데
그래도 그동안 살아온 정이 더러워서
그만두었으면 하는 미련은 있는 것인데---

태풍이 지나가고
바람은 끝이 나고
여기저기 벗어놓은 옷처럼 나뭇잎이 나뒹굴고
누가 보든지 말든지
욕정을 다 채운 대지(大地)는 정사 후 퍼드러진 잡년처럼
꼼작 않는다.
이곳저곳 풍수(風水) 피해 지역을 남겨놓고
그게 만족인지 허전함인지 알 수 없지만, 기꺼이
하늘의 처분을 기다리면서

   620 - 08072014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26 자동차 정기점검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5.21 207
925 시조 손을 씻으며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0.13 207
924 꽃비 강민경 2006.04.07 208
923 하나를 준비하며 김사빈 2007.10.06 208
922 날아다니는 길 이월란 2008.03.04 208
921 이별이 지나간다 이월란 2008.04.10 208
920 밤비 하늘호수 2016.06.10 208
919 이상기온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7.23 208
918 암벽을 타다 박성춘 2007.10.14 209
917 걸어다니는 옷장 이월란 2008.05.05 209
916 알러지 박성춘 2015.05.14 209
915 나뭇잎에 새긴 연서 강민경 2016.07.16 209
914 관계와 교제 하늘호수 2017.04.13 209
913 신 내리는 날 성백군 2005.12.07 210
912 성백군 2006.03.14 210
911 밑줄 짝 긋고 강민경 2012.11.01 210
910 곤지(困知) 유성룡 2007.02.28 211
909 낯 선 승객 박성춘 2015.06.15 211
908 내 몸에 단풍 하늘호수 2016.06.06 211
907 가을 퇴고 / 성백군 하늘호수 2018.10.19 211
Board Pagination Prev 1 ... 63 64 65 66 67 68 69 70 71 72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