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終身) / 성백군
수평선에 걸려있는 낙조(落照)는
우리들의 어머니입니다
평생을 자식 위해 다 써버리고 이제
더 줄 것이 없자 미련없이 떠나려 합니다
누가 태양 빛이 빨갛다고만 하던가요
누가 태양 빛이 뜨겁다고만 하던가요
마지막 가시는 길이 저리 순한데
지나가는 구름, 들여다보다 남은 힘마저 다 빨아들이고
속이 뒤집어져 벌겋게 드러나 보이네요
약삭빠른 갈까마귀 떼들은
부스러기라도 주워 먹겠다며 잔양(殘陽)을 물고 하늘을 날아가요
날갯죽지에 도금했나 봐요. 반짝반짝 빛이 나네요
점잖다는 화물선도 속을 다 비우고 오느라고 늦었는지
새들의 꼬리를 잡고 구름 사이를 뚫으면서 급했나,
뚜 뚜 경고음을 울리네요. 내 몫은 남겨놓으라고
그렇지만 낙조(落照)는 말이 없어요. 바보천치일까요
아니어요, 어머니는 사랑이니까
당신의 아이들에게 마지막 목숨까지 헌신하는 거예요
야금야금 먹히면서 끝까지 얼굴 한번 붉히지 않으시고
종신(終身)이란 이름으로 와서 제 욕심만 채우려는 자식들에게 정말
종신(終身)자식 되게 해 주시네요
찰칵찰칵 낙조를 찍어대는 사진사들
저들은 어머니의 마음을 알까
어느 화려한 전시장에 오래오래 걸렸으면 좋겠습니다
영원히 종신(終身)할 수 있도록
135 - 04152006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371 | 시 | 거룩한 부자 | 강민경 | 2017.04.01 | 163 |
1370 | 시 | 자꾸 일어서는 머리카락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1.30 | 163 |
1369 | 시 | 피마자 1 | 유진왕 | 2021.07.24 | 163 |
1368 | 시조 |
담보擔保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1.11.20 | 163 |
1367 | 바람둥이 가로등 | 성백군 | 2013.03.09 | 164 | |
1366 | 시 | 2월 | 이일영 | 2014.02.21 | 164 |
1365 | 시 | 나의 일기 | 하늘호수 | 2016.04.06 | 164 |
1364 | 시 | 가시나무 우듬지 / 성백군 2 | 하늘호수 | 2018.03.15 | 164 |
1363 | 시 | 부부는 일심동체라는데 | 강민경 | 2019.09.20 | 164 |
1362 | 시조 |
넝쿨손이 울타리를 만날 때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1.07.14 | 164 |
1361 | 시조 |
십일월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1.11.16 | 164 |
1360 | 시 | 하나님 경외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2.08.09 | 164 |
1359 | 시 | 강설(降雪) | 성백군 | 2014.01.24 | 165 |
1358 | 시조 |
묵정밭 / 천숙녀
3 ![]() |
독도시인 | 2021.02.03 | 165 |
1357 | 시 | 거리의 악사 | 강민경 | 2018.01.22 | 165 |
1356 | 시 | 복이 다 복이 아니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3.12 | 165 |
1355 | 기타 |
시간 그리고 사랑 (작은나무의 작은생각)
![]() |
작은나무 | 2019.03.04 | 165 |
1354 | 시조 |
여행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2.03.23 | 165 |
1353 | 모래성 | 강민경 | 2007.03.19 | 166 | |
1352 | 秋夜思鄕 | 황숙진 | 2007.09.20 | 1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