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終身) / 성백군
수평선에 걸려있는 낙조(落照)는
우리들의 어머니입니다
평생을 자식 위해 다 써버리고 이제
더 줄 것이 없자 미련없이 떠나려 합니다
누가 태양 빛이 빨갛다고만 하던가요
누가 태양 빛이 뜨겁다고만 하던가요
마지막 가시는 길이 저리 순한데
지나가는 구름, 들여다보다 남은 힘마저 다 빨아들이고
속이 뒤집어져 벌겋게 드러나 보이네요
약삭빠른 갈까마귀 떼들은
부스러기라도 주워 먹겠다며 잔양(殘陽)을 물고 하늘을 날아가요
날갯죽지에 도금했나 봐요. 반짝반짝 빛이 나네요
점잖다는 화물선도 속을 다 비우고 오느라고 늦었는지
새들의 꼬리를 잡고 구름 사이를 뚫으면서 급했나,
뚜 뚜 경고음을 울리네요. 내 몫은 남겨놓으라고
그렇지만 낙조(落照)는 말이 없어요. 바보천치일까요
아니어요, 어머니는 사랑이니까
당신의 아이들에게 마지막 목숨까지 헌신하는 거예요
야금야금 먹히면서 끝까지 얼굴 한번 붉히지 않으시고
종신(終身)이란 이름으로 와서 제 욕심만 채우려는 자식들에게 정말
종신(終身)자식 되게 해 주시네요
찰칵찰칵 낙조를 찍어대는 사진사들
저들은 어머니의 마음을 알까
어느 화려한 전시장에 오래오래 걸렸으면 좋겠습니다
영원히 종신(終身)할 수 있도록
135 - 04152006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942 | 시 | 넝쿨 터널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12.17 | 150 |
941 | 시 | 비와 외로움 | 강민경 | 2018.12.22 | 287 |
940 | 시 | 나목(裸木)의 울음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12.24 | 107 |
939 | 시 | 어느새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12.30 | 353 |
938 | 시 | 이를 어쩌겠느냐마는/강민경 | 강민경 | 2019.01.01 | 163 |
937 | 시 | 빈말이지만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1.05 | 304 |
936 | 시 | 사랑의 미로/강민경 | 강민경 | 2019.01.07 | 228 |
935 | 시 | 사서 고생이라는데 | 강민경 | 2019.01.14 | 116 |
934 | 시 | 부부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1.17 | 103 |
933 | 시 | 풀잎의 연가 | 강민경 | 2019.01.18 | 142 |
932 | 시 | 벌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1.24 | 136 |
931 | 시 | 우리들의 애인임을 | 강민경 | 2019.01.26 | 193 |
930 | 시 | 자꾸 일어서는 머리카락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1.30 | 177 |
929 | 시 | 촛불/강민경 | 강민경 | 2019.02.03 | 98 |
928 | 시 | 어둠이 그립습니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2.05 | 103 |
927 | 시 | 벌과의 동거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2.12 | 108 |
926 | 시 | 세벳돈을 챙기며/강민경 | 강민경 | 2019.02.16 | 248 |
925 | 시 | 눈 꽃, 사람 꽃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2.19 | 94 |
924 | 기타 | 시인이여, 너를 써라-곽상희 서신 | 미주문협 | 2019.02.21 | 147 |
923 | 시 | 묵언(默言)(1) 2 | 작은나무 | 2019.02.21 | 18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