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날선 빛 / 성백군
어둠 속
유령 같은 것이
가시나무 울타리에 걸려 있다
그냥 지나치기가 의뭉스러워 다가가 보았더니
흰 비닐봉지가 바람을 잔뜩 먹음고 있다
뉘 집 울을 넘어
탈출한 걸까, 쫓겨난 걸까
한때는 주부 손에 이끌리어
장바닥을 휩쓸고 다니면서 영광을 누렸을 텐데
그 영화도 잠시, 짐을 다 비우고 할 일이 없어지니
사랑도 떠나 가드라며
사십 대 실직자처럼 버럭버럭 고함을 지른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교과서 말만 믿고 큰 소리치며 뛰쳐나온 비닐봉지
그 기세는 어디로 가고
품 안에 안겼던 애처로운 눈망울들이
옆구리를 가시처럼 파고들어
아프다는 말도 못 하고 조금씩 조금씩 제 몸을 비틀며
주변을 살핀다
이제는
자기가 흔해빠진 비닐봉지임을 알았는지
제 몸 찢어지는 것도 개의치 않으며
세상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펄럭거린다
날선 흰빛이 어둠 속으로
가물가물 사라진다
634 - 10112014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269 | 시 | 땅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4.06.25 | 5 |
2268 | 시 | 나뭇잎 파동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4.06.18 | 8 |
2267 | 시 | 꽃가루 알레르기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4.06.11 | 14 |
2266 | 시 | 신록의 축제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4.06.04 | 30 |
2265 | 시 | 그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4.05.22 | 39 |
2264 | 변하는 말과 꼬리아 | 김우영 | 2012.06.23 | 43 | |
2263 | 시 | 호수 위에 뜨는 별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4.05.28 | 45 |
2262 | 시 | 꽃은 다 사랑이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4.05.14 | 47 |
2261 | 목이 말라도 지구는-곽상희 | 미주문협 | 2020.09.06 | 49 | |
2260 | 시 | 봄 그늘 | 하늘호수 | 2018.03.21 | 60 |
2259 | 시조 | 내 삶의 시詩를 찾아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11.07 | 62 |
2258 | 시 | 낙화의 품격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1.06.08 | 63 |
2257 | 시조 | 등燈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06.20 | 64 |
2256 | 시 | 정월 대보름 달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4.03.05 | 66 |
2255 | 시조 | 독도 수호의 길 (1)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07.28 | 66 |
2254 | 시 | 파도의 고충(苦衷) / 성백군 1 | 하늘호수 | 2021.01.27 | 67 |
2253 | 자존심 | 성백군 | 2012.07.22 | 68 | |
2252 | 시조 | 어디쯤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03.25 | 68 |
2251 | 시조 | 내 시詩는 -그리움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05.09 | 68 |
2250 | 시 | 참회 1 | 유진왕 | 2021.07.22 | 6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