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날선 빛 / 성백군
어둠 속
유령 같은 것이
가시나무 울타리에 걸려 있다
그냥 지나치기가 의뭉스러워 다가가 보았더니
흰 비닐봉지가 바람을 잔뜩 먹음고 있다
뉘 집 울을 넘어
탈출한 걸까, 쫓겨난 걸까
한때는 주부 손에 이끌리어
장바닥을 휩쓸고 다니면서 영광을 누렸을 텐데
그 영화도 잠시, 짐을 다 비우고 할 일이 없어지니
사랑도 떠나 가드라며
사십 대 실직자처럼 버럭버럭 고함을 지른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교과서 말만 믿고 큰 소리치며 뛰쳐나온 비닐봉지
그 기세는 어디로 가고
품 안에 안겼던 애처로운 눈망울들이
옆구리를 가시처럼 파고들어
아프다는 말도 못 하고 조금씩 조금씩 제 몸을 비틀며
주변을 살핀다
이제는
자기가 흔해빠진 비닐봉지임을 알았는지
제 몸 찢어지는 것도 개의치 않으며
세상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펄럭거린다
날선 흰빛이 어둠 속으로
가물가물 사라진다
634 - 10112014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349 | 시 | 부부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1.17 | 83 |
1348 | 시 | 사서 고생이라는데 | 강민경 | 2019.01.14 | 96 |
1347 | 시 | 사랑의 미로/강민경 | 강민경 | 2019.01.07 | 206 |
1346 | 시 | 빈말이지만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1.05 | 287 |
1345 | 시 | 이를 어쩌겠느냐마는/강민경 | 강민경 | 2019.01.01 | 150 |
1344 | 시 | 어느새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12.30 | 337 |
1343 | 시 | 나목(裸木)의 울음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12.24 | 86 |
1342 | 시 | 비와 외로움 | 강민경 | 2018.12.22 | 273 |
1341 | 시 | 넝쿨 터널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12.17 | 136 |
1340 | 시 | 12월 | 강민경 | 2018.12.14 | 81 |
1339 | 시 | 전자기기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12.11 | 172 |
1338 | 시 | 소망과 절망에 대하여 | 강민경 | 2018.12.05 | 106 |
1337 | 시 | 당신은 나의 꽃/강민경 | 강민경 | 2018.11.30 | 232 |
1336 | 시 | 밤, 강물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11.30 | 108 |
1335 | 시 | H2O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11.24 | 233 |
1334 | 시 | 덫/강민경 | 강민경 | 2018.11.23 | 111 |
1333 | 시 | 빛의 일기 | 강민경 | 2018.11.15 | 115 |
1332 | 시 | 짝사랑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11.13 | 116 |
1331 | 시 | 폴짝폴짝 들락날락 | 강민경 | 2018.11.07 | 161 |
1330 | 시 | 팥빙수 한 그릇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10.30 | 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