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날선 빛 / 성백군
어둠 속
유령 같은 것이
가시나무 울타리에 걸려 있다
그냥 지나치기가 의뭉스러워 다가가 보았더니
흰 비닐봉지가 바람을 잔뜩 먹음고 있다
뉘 집 울을 넘어
탈출한 걸까, 쫓겨난 걸까
한때는 주부 손에 이끌리어
장바닥을 휩쓸고 다니면서 영광을 누렸을 텐데
그 영화도 잠시, 짐을 다 비우고 할 일이 없어지니
사랑도 떠나 가드라며
사십 대 실직자처럼 버럭버럭 고함을 지른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교과서 말만 믿고 큰 소리치며 뛰쳐나온 비닐봉지
그 기세는 어디로 가고
품 안에 안겼던 애처로운 눈망울들이
옆구리를 가시처럼 파고들어
아프다는 말도 못 하고 조금씩 조금씩 제 몸을 비틀며
주변을 살핀다
이제는
자기가 흔해빠진 비닐봉지임을 알았는지
제 몸 찢어지는 것도 개의치 않으며
세상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펄럭거린다
날선 흰빛이 어둠 속으로
가물가물 사라진다
634 - 10112014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128 | 시 |
벚꽃
![]() |
작은나무 | 2019.04.05 | 99 |
1127 | 범인(犯人) 찾기 | 성백군 | 2011.09.12 | 354 | |
1126 | 시 | 벌과의 동거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2.12 | 100 |
1125 | 시조 |
벌거숭이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1.11.01 | 82 |
1124 | 시 | 벌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1.24 | 120 |
1123 | 버팀목과 호박넝쿨 | 성백군 | 2008.10.21 | 198 | |
1122 | 버릴 수 없는 것이 눈물 겹다. | 강숙려 | 2005.08.03 | 635 | |
1121 | 시 | 버리기도 기술입니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7.06 | 148 |
1120 | 시 | 뱅뱅 도는 생각 | 하늘호수 | 2015.11.07 | 147 |
1119 | 밴드부 불량배들 | 서 량 | 2005.08.03 | 277 | |
1118 | 시 | 백화 | savinakim | 2014.05.13 | 301 |
1117 | 백제의 미소 | 임성규 | 2004.08.02 | 671 | |
1116 | 시조 |
백수白壽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1.11.25 | 96 |
1115 | 백사장에서 | 성백군 | 2008.07.31 | 148 | |
1114 | 시 | 배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04.23 | 128 |
1113 | 배달 사고 | 성백군 | 2013.07.21 | 196 | |
1112 | 배꼽시계 | 강민경 | 2008.12.20 | 361 | |
1111 | 방향 | 유성룡 | 2007.08.05 | 171 | |
1110 | 시 |
방하
1 ![]() |
유진왕 | 2021.08.01 | 128 |
1109 | 시 | 방파제 안 물고기 | 성백군 | 2013.10.17 | 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