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날선 빛 / 성백군
어둠 속
유령 같은 것이
가시나무 울타리에 걸려 있다
그냥 지나치기가 의뭉스러워 다가가 보았더니
흰 비닐봉지가 바람을 잔뜩 먹음고 있다
뉘 집 울을 넘어
탈출한 걸까, 쫓겨난 걸까
한때는 주부 손에 이끌리어
장바닥을 휩쓸고 다니면서 영광을 누렸을 텐데
그 영화도 잠시, 짐을 다 비우고 할 일이 없어지니
사랑도 떠나 가드라며
사십 대 실직자처럼 버럭버럭 고함을 지른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교과서 말만 믿고 큰 소리치며 뛰쳐나온 비닐봉지
그 기세는 어디로 가고
품 안에 안겼던 애처로운 눈망울들이
옆구리를 가시처럼 파고들어
아프다는 말도 못 하고 조금씩 조금씩 제 몸을 비틀며
주변을 살핀다
이제는
자기가 흔해빠진 비닐봉지임을 알았는지
제 몸 찢어지는 것도 개의치 않으며
세상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펄럭거린다
날선 흰빛이 어둠 속으로
가물가물 사라진다
634 - 10112014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944 | 시조 | 빈터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2.03.06 | 158 |
943 | 시 | 미루나무 잎사귀가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2.10.23 | 158 |
942 | 시 | 죄를 보았다. 그러나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8.08 | 158 |
941 | 시 | 가을, 담쟁이 붉게 물들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11.07 | 158 |
940 | 잔설 | 성백군 | 2006.03.05 | 157 | |
939 | 3월은 | 김사빈 | 2007.03.18 | 157 | |
938 | 秋夜思鄕 | 황숙진 | 2007.09.20 | 157 | |
937 | 시 | 꽃의 결기 | 하늘호수 | 2017.05.28 | 157 |
936 | 시 | 새해 인사 / 필재 김원각 | 泌縡 | 2020.01.01 | 157 |
935 | Daylight Saving Time (DST) | 이월란 | 2008.03.10 | 156 | |
934 | 시 | 자꾸 일어서는 머리카락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1.30 | 156 |
933 | 수필 | 믿음, 소망, 그리고 사랑.... | 작은나무 | 2019.02.27 | 156 |
932 | 시조 | 독도 -해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07.22 | 156 |
931 | 시 | 드레스 폼 / 성백군 2 | 하늘호수 | 2021.11.16 | 156 |
930 | 시 | 이스터 달걀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2.04.26 | 156 |
929 | 시 | 기상정보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2.11.22 | 156 |
928 | Fullerton Station | 천일칠 | 2005.05.16 | 155 | |
927 | 늦봄의 환상 | 손영주 | 2007.05.13 | 155 | |
926 | 나룻배 | 강민경 | 2007.11.09 | 155 | |
925 | 밤 바닷가의 가로등 | 강민경 | 2013.07.29 | 1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