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가족/강민경
햇빛 밝은
알라모아나* 공원 푸른 잔디밭에 앉아
점심을 꺼내는데
작은 새 한 마리 저만큼에서
머리통 갸웃거리는 재롱이 한참 귀엽다
사실은 내가 그들을 불러들였다
고소한 밥 냄새 따라온
비둘기 두서너 마리
목 깃털 빳빳이 치켜세운
뾰족한 부리에 채워 팍팍한 힘
콕콕
사납게 작은 새를 쫓아낸다
암비둘기와 아기 새들에게
어서들 와서 먹으라는 신호였는가!
금방 먹어 치울 듯
입으로 조물 조물 요리를 끝내자
이리 쪼르르 저리 쪼르르
앞 다퉈 배 불리고
어느새
아버지의 울타리 밖 언제였냐는 듯
오글오글
어머니 포근한 날개 밑을 파고드는
그쪽 보다는
부스러기라도 감사히 받는
작은 새의 세상에 위로를 얻는
우리는 모두
엉뚱하지만
한 가족으로 평화롭다
* 알라모아나: 하와이 바닷가에 있는 = 공원 명.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905 | 시 | 내 몸에 단풍 | 하늘호수 | 2016.06.06 | 211 |
904 | 시 | 가을 퇴고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10.19 | 211 |
903 | 시조 | 빈터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03.07 | 211 |
902 | 시 | 봄 배웅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2.04.20 | 211 |
901 | 또 하나의 고별 | 전재욱 | 2004.12.27 | 212 | |
900 | 구심(求心) | 유성룡 | 2007.06.06 | 212 | |
899 | 과수(果樹)의 아픔 | 성백군 | 2008.10.21 | 212 | |
898 | 혼자 남은날의 오후 | 강민경 | 2008.10.12 | 212 | |
897 | 너로 허전함 채우니 | 강민경 | 2012.06.26 | 212 | |
896 | 시 | 입춘(立春) | 하늘호수 | 2017.02.15 | 212 |
895 | 수필 | 영화 '귀향'을 보고-최미자 | 미주문협 | 2017.10.02 | 212 |
894 | 꽃샘바람 | 성백군 | 2006.07.19 | 213 | |
893 | [시]휴머니즘 | 백야/최광호 | 2007.03.25 | 213 | |
892 | 바람에 녹아들어 | 강민경 | 2008.06.09 | 213 | |
891 | 바다에의 초대 | 윤혜석 | 2013.08.23 | 213 | |
» | 시 | 엉뚱한 가족 | 강민경 | 2014.11.16 | 213 |
889 | 시 | 금단의 열매 1 | 유진왕 | 2021.07.25 | 213 |
888 | 네가 올까 | 유성룡 | 2006.03.28 | 214 | |
887 | 고래잡이의 미소 | 유성룡 | 2006.03.07 | 214 | |
886 | 아름다운 비상(飛上) | 이월란 | 2008.05.01 | 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