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에 길을 묻다 / 성백군
집, 안과 밖
세상 이쪽과 저쪽 사이, 회색 벽돌담 위를
봄 여름 지나 가을까지 줄곧
초록으로 단풍으로 기어 오르던 담쟁이가
지난밤 된서리 맞고 비밀을 드러냈습니다
낙엽 한 잎 두 잎 땅 위에 쌓일 때는
억척스럽다는 담쟁이도 별수 없다 여겼더니
지금은 겨울 한 철 일손을 놓고 잠시 쉴 때라며
그동안 일군 성과를 담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아무도 넘을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 같은 담장 위에 길이 났습니다
담을 타고 다니며 사방으로 얽힌 까만 줄기는
소통을 원하는 억눌린 사람들의 호소처럼 힘이 있습니다
삶을 찾아 이동하는 개미들의 행렬입니다
선구자처럼
한 생애 목숨 다해
회색 공터 위에 길을 터 놓았으니
이제는 가서 깃발만 꽂으면 된다고
발밑 수북한 낙엽들이
내 발길을 툭툭 치며 힘을 보탭니다
643 - 12052014
시
2014.12.30 08:56
담쟁이에 길을 묻다
조회 수 286 추천 수 0 댓글 0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689 | 시 | 낙원동에서 | 강민경 | 2014.02.23 | 244 |
1688 | 시 | 낙원은 배부르지 않다 | 강민경 | 2016.10.01 | 241 |
1687 | 시조 | 낙장落張 / 천숙녀 2 | 독도시인 | 2022.02.06 | 107 |
1686 | 낙조의 향 | 유성룡 | 2006.04.22 | 192 | |
1685 | 시 | 낙화(落花) 같은 새들 | 강민경 | 2017.04.30 | 100 |
1684 | 시 | 낙화.2 | 정용진 | 2015.03.05 | 214 |
1683 | 시 | 낙화의 품격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1.06.08 | 63 |
1682 | 시 | 낚시꾼의 변 1 | 유진왕 | 2021.07.31 | 85 |
1681 | 시 | 난산 | 강민경 | 2014.04.17 | 315 |
1680 | 시조 | 난전亂廛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10.28 | 112 |
1679 | 난초 | 성백군 | 2006.04.10 | 259 | |
1678 | 시 | 난해시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6.18 | 110 |
1677 | 시 | 날 붙들어? 어쩌라고? | 강민경 | 2015.03.15 | 261 |
1676 | 시 | 날 저무는 하늘에 노을처럼 | 하늘호수 | 2017.05.15 | 250 |
1675 | 시 | 날마다 희망 | 하늘호수 | 2016.10.27 | 120 |
1674 | 날아다니는 길 | 이월란 | 2008.03.04 | 212 | |
1673 | 날지못한 새는 울지도 못한다 | 강민경 | 2008.10.12 | 280 | |
1672 | 시 | 날파리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4.03.26 | 83 |
1671 | 낡은 공덕비 | 성백군 | 2009.12.25 | 718 | |
1670 | 낡은 재봉틀 | 성백군 | 2006.05.15 | 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