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에 길을 묻다 / 성백군
집, 안과 밖
세상 이쪽과 저쪽 사이, 회색 벽돌담 위를
봄 여름 지나 가을까지 줄곧
초록으로 단풍으로 기어 오르던 담쟁이가
지난밤 된서리 맞고 비밀을 드러냈습니다
낙엽 한 잎 두 잎 땅 위에 쌓일 때는
억척스럽다는 담쟁이도 별수 없다 여겼더니
지금은 겨울 한 철 일손을 놓고 잠시 쉴 때라며
그동안 일군 성과를 담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아무도 넘을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 같은 담장 위에 길이 났습니다
담을 타고 다니며 사방으로 얽힌 까만 줄기는
소통을 원하는 억눌린 사람들의 호소처럼 힘이 있습니다
삶을 찾아 이동하는 개미들의 행렬입니다
선구자처럼
한 생애 목숨 다해
회색 공터 위에 길을 터 놓았으니
이제는 가서 깃발만 꽂으면 된다고
발밑 수북한 낙엽들이
내 발길을 툭툭 치며 힘을 보탭니다
643 - 12052014
시
2014.12.30 08:56
담쟁이에 길을 묻다
조회 수 286 추천 수 0 댓글 0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349 | 시조 |
묵정밭 / 천숙녀
3 ![]() |
독도시인 | 2021.02.03 | 165 |
1348 | 시 | 사망보고서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05.21 | 165 |
1347 | 시 | 넝쿨 선인장/강민경 | 강민경 | 2019.06.18 | 165 |
1346 | 시조 |
여행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2.03.23 | 165 |
1345 | 모래성 | 강민경 | 2007.03.19 | 166 | |
1344 | 秋夜思鄕 | 황숙진 | 2007.09.20 | 166 | |
1343 | 연륜 | 김사빈 | 2008.02.10 | 166 | |
1342 | 바다를 보고 온 사람 | 이월란 | 2008.03.14 | 166 | |
1341 | 바람의 생명 | 성백군 | 2008.09.23 | 166 | |
1340 | 시 | 갈잎의 잔소리 | 하늘호수 | 2016.11.01 | 166 |
1339 | 시조 |
뒷모습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1.06.26 | 166 |
1338 | 시 | 물고기의 외길 삶 | 강민경 | 2017.08.03 | 166 |
1337 | 시 |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고백(4)- | 작은나무 | 2019.04.27 | 166 |
1336 | 시 | 등에 등을 기대고 앉아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2.07.27 | 166 |
1335 | 夜 | 유성룡 | 2007.09.24 | 167 | |
1334 | 파도소리 | 강민경 | 2013.09.10 | 167 | |
1333 | 시 | 밤바다 2 | 하늘호수 | 2017.09.23 | 167 |
1332 | 시 | 눈 감아라, 가로등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03.11 | 167 |
1331 | 시조 |
언 강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2.02.26 | 167 |
1330 | 시 | 오월 꽃바람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2.06.01 | 1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