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30 08:56

담쟁이에 길을 묻다

조회 수 29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담쟁이에 길을 묻다 / 성백군


집, 안과 밖
세상 이쪽과 저쪽 사이, 회색 벽돌담 위를
봄 여름 지나 가을까지 줄곧
초록으로 단풍으로 기어 오르던 담쟁이가
지난밤 된서리 맞고 비밀을 드러냈습니다

낙엽 한 잎 두 잎 땅 위에 쌓일 때는
억척스럽다는 담쟁이도 별수 없다 여겼더니
지금은 겨울 한 철 일손을 놓고 잠시 쉴 때라며
그동안 일군 성과를 담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아무도 넘을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 같은 담장 위에 길이 났습니다
담을 타고 다니며 사방으로 얽힌 까만 줄기는
소통을 원하는 억눌린 사람들의 호소처럼 힘이 있습니다
삶을 찾아 이동하는 개미들의 행렬입니다

선구자처럼
한 생애 목숨 다해
회색 공터 위에 길을 터 놓았으니
이제는 가서 깃발만 꽂으면 된다고
발밑 수북한 낙엽들이
내 발길을 툭툭 치며 힘을 보탭니다

    643 - 12052014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62 내가 세상의 문이다 강민경 2014.10.12 191
1361 군밤에서 싹이 났다고 강민경 2014.10.17 327
1360 가을비 성백군 2014.10.24 186
1359 숙면(熟眠) 강민경 2014.11.04 184
1358 10월의 제단(祭檀) 성백군 2014.11.07 209
1357 수필 김우영 작가의 (문화산책]물길 막는 낙엽은 되지 말아야 김우영 2014.11.09 606
1356 얼룩의 소리 강민경 2014.11.10 315
1355 어둠 속 날선 빛 성백군 2014.11.14 200
1354 엉뚱한 가족 강민경 2014.11.16 237
1353 수필 우리가 문학을 하는 이유 김우영 2014.11.23 337
1352 촛불 강민경 2014.12.01 206
1351 일상은 아름다워 성백군 2014.12.01 149
1350 별 하나 받았다고 강민경 2014.12.07 344
1349 12월의 결단 강민경 2014.12.16 301
» 담쟁이에 길을 묻다 성백군 2014.12.30 291
1347 수필 김우영의 "세상 이야기" (1)생즉사 사즉생( 生卽死 死卽生) 김우영 2015.01.12 449
1346 슬픈 인심 성백군 2015.01.22 199
1345 언덕 위에 두 나무 강민경 2015.01.25 290
1344 비빔밥 2 성백군 2015.02.25 249
1343 분수대에서 성백군 2015.02.25 215
Board Pagination Prev 1 ...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 ... 115 Next
/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