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30 08:56

담쟁이에 길을 묻다

조회 수 27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담쟁이에 길을 묻다 / 성백군


집, 안과 밖
세상 이쪽과 저쪽 사이, 회색 벽돌담 위를
봄 여름 지나 가을까지 줄곧
초록으로 단풍으로 기어 오르던 담쟁이가
지난밤 된서리 맞고 비밀을 드러냈습니다

낙엽 한 잎 두 잎 땅 위에 쌓일 때는
억척스럽다는 담쟁이도 별수 없다 여겼더니
지금은 겨울 한 철 일손을 놓고 잠시 쉴 때라며
그동안 일군 성과를 담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아무도 넘을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 같은 담장 위에 길이 났습니다
담을 타고 다니며 사방으로 얽힌 까만 줄기는
소통을 원하는 억눌린 사람들의 호소처럼 힘이 있습니다
삶을 찾아 이동하는 개미들의 행렬입니다

선구자처럼
한 생애 목숨 다해
회색 공터 위에 길을 터 놓았으니
이제는 가서 깃발만 꽂으면 된다고
발밑 수북한 낙엽들이
내 발길을 툭툭 치며 힘을 보탭니다

    643 - 12052014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46 당신은 내 밥이야 강민경 2019.11.19 201
745 당신은 나의 꽃/강민경 강민경 2018.11.30 230
744 당신과 약속한 장소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06.03 84
743 당뇨병 강민경 2016.05.12 112
742 담쟁이의 겨울 강민경 2016.02.08 139
» 담쟁이에 길을 묻다 성백군 2014.12.30 277
740 담쟁이넝쿨 성백군 2013.04.13 283
739 담쟁이 그녀/강민경 강민경 2018.09.10 123
738 시조 담보擔保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1.20 147
737 담 안의 사과 강민경 2014.01.17 255
736 닭들은 식물이 아니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8.30 90
735 닭 울음소리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3.02 177
734 달팽이 여섯마리 김사빈 2005.10.12 268
733 달팽이 여섯마리 김사빈 2006.01.12 372
732 달의 뼈와 물의 살 성 백군 2005.07.16 402
731 시조 달빛 휘감아 피어나는 들풀향기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6.07 196
730 달빛 사랑 하늘호수 2016.01.20 127
729 달빛 성백군 2011.11.27 250
728 달, 그리고 부부 하늘호수 2016.10.02 240
727 단풍잎 예찬 / 성백군 하늘호수 2015.10.15 214
Board Pagination Prev 1 ... 72 73 74 75 76 77 78 79 80 81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