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카메라 - 정어빙
2006.04.09 16:11
나는 무한정 메모리 칩이 들어있는 만년 디지털 카메라를 갖고 있다
사진 기술이 없었던 어린 시절에는
울기만 하면 다가오는
어머니 젖꼭지만 찍어 대었다
개구쟁이가 되어서는
찐빵, 붕어빵, 만두, 과자들만 찍어 대었고
학생이 되고 나서는
꿈을 찍기 시작했다
시골에서, 도시에서, 바다에서, 산에서
청년이 되고는
모든 메모리를 다 지워바리고
아름다운 여자들로 꽉 채워버렸다
만삭이 된 카메라 동작이 느려질 때까지
피골이 상접한 중년이 되고서야
여자들을
쓰레기통을 뒤져서 찾아낸
꿈, 찐빵, 어머니 젖꼭지와 다시 바꾼다
이제야 삶을 찍기 시작한 겄이다
환갑이 지나고
손자가 무릅 위에서 재롱을 부릴 때쯤에는
아무리 사진을 찍어 데도
알아볼 수 없는 나의 얼굴만 찍힌다
그리고, 그리고
파랗게 녹슬어 있는 동판에 눌려
개미집을 짓고 있는 한줌의 흙을 마지막으로
사진 기술이 없었던 어린 시절에는
울기만 하면 다가오는
어머니 젖꼭지만 찍어 대었다
개구쟁이가 되어서는
찐빵, 붕어빵, 만두, 과자들만 찍어 대었고
학생이 되고 나서는
꿈을 찍기 시작했다
시골에서, 도시에서, 바다에서, 산에서
청년이 되고는
모든 메모리를 다 지워바리고
아름다운 여자들로 꽉 채워버렸다
만삭이 된 카메라 동작이 느려질 때까지
피골이 상접한 중년이 되고서야
여자들을
쓰레기통을 뒤져서 찾아낸
꿈, 찐빵, 어머니 젖꼭지와 다시 바꾼다
이제야 삶을 찍기 시작한 겄이다
환갑이 지나고
손자가 무릅 위에서 재롱을 부릴 때쯤에는
아무리 사진을 찍어 데도
알아볼 수 없는 나의 얼굴만 찍힌다
그리고, 그리고
파랗게 녹슬어 있는 동판에 눌려
개미집을 짓고 있는 한줌의 흙을 마지막으로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67 | 떠 있지 못하는 섬-임영록 | 미문이 | 2007.08.28 | 694 |
466 | 잭슨호수에 가면 / 오연희 | 미문이 | 2010.11.01 | 686 |
465 | 빗물 같은 사람 / 이영숙 | 미문이 | 2010.02.08 | 684 |
464 | 거기, 여기 그리고 저어기 / 오영근 | 미문이 | 2010.11.09 | 680 |
463 | 이별, 그 울림속으로 / 장정자 | 미문이 | 2010.03.08 | 679 |
462 | 환생 / 임혜신 | 미문이 | 2010.03.01 | 673 |
461 | 수레바퀴 사랑 / 김영강 | 미문이 | 2009.08.30 | 673 |
460 | 계절을 정리하다가 / 이영숙 | 미문이 | 2010.12.22 | 667 |
459 | 짝사랑 / 김영교 | 미문이 | 2009.09.07 | 665 |
458 | 토팽가 캐년 / 안선혜 | 미문이 | 2009.12.14 | 659 |
457 | 이혼하고 싶은 마음 - 노기제 | 미문이 | 2005.10.16 | 647 |
456 | 사랑, 천지의 주제主題 / 오정방 | 미문이 | 2010.11.16 | 644 |
455 | 덤을 위한 노래 / 윤석훈 | 미문이 | 2010.01.19 | 639 |
454 | 들꽃 소묘(2) / 鐘派 이기윤 | 미문이 | 2010.01.26 | 637 |
453 | 세歲밑의 길목에서 / 이용애 | 미문이 | 2010.02.16 | 631 |
452 | 몽유병 쏘나타 / 오영근 | 미문이 | 2009.12.29 | 624 |
451 | 흘러가기 / 윤석훈 | 미문이 | 2010.11.30 | 622 |
450 | 820광년, 폴래리스 / 유봉희 | 미문이 | 2010.01.11 | 614 |
449 | 낙숫물 에 그려진 원 2 / 이상태 | 미문이 | 2010.02.02 | 611 |
448 | 하늘 우물 / 신영 | 미문이 | 2009.11.30 | 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