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골무-강학희
2007.03.19 04:06
엄마의 골무
반짇고리에서 또르륵 굴러 떨어진
가죽골무, 이미 바짝 마르고 뻣뻣해도
여전히 엄마 냄새나는 엄마의 검지다.
엄마가 가리키는 곳을 따라가면
검지 뒤쪽으로 엄마가 지나간 행로
해적도 비밀 부호처럼 희미하게 그려있다.
아이처럼 뒤뚱뒤뚱 천천히
한걸음씩 흔적 따라 걸음을 떼고 멈추어서면
고즈넉한 풍경 속 슬픔은
먼지와 바람으로 흩어지고
실핏줄처럼 퍼져가는 섬세한 엄마의 손놀림,
내 생애 속 아직도 늙지 않은 엄마는
새파란 시간의 그물을 곱게 짜 작은 생처럼,
물려 입을 배냇저고리 하나 깁고 있다
엄마의 가죽골무, 나의 태궁이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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