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의 가을 길 / 조옥동
2007.10.27 15:29
버지니아의 가을 길
나른한 아침이 냇가에서 발목을 씻는 동안
햇빛을 업고 가을이 도망을 친다
훌훌 태우는 계절의 마른 가슴
하늘 끝까지 쳐들고
버지니아 단풍의 강을 건너고 있다
세난도아(Shenandoah)의 꾸던 꿈 이슬로 맺히는
가을을 표백하는 하늘 멀리
나무들 사이로 길을 열면
고향의 햇과일 냄새가 난다
삶의 눈보라 속
언 가슴 옷고름 풀고
먼 여정 무거운 신발 벗어
해맑은 차창에 기대면
잔잔한 물결 눈물의 강도 흐르는데
서로의 그늘을 지우려
마지막 잎새까지 떨구고
바로 서는 지순한 나무들
따뜻한 체온 묻어주고 햇살 총총히 떠날 때
골몰하게 엿보는 어둠의 뒷자락 밟으며
가을은 또 도망을 친다
그 뒤로
얼핏얼핏 바쁘게 쫓는 내 그림자가 보인다
* 세난도아; 인디안 추장의 딸(별들의 딸이란 뜻) 이름을 딴
버지니아(Virginia) 동쪽에 있는 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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